“제가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놀리는 친구도 있지만 유명브랜드 아파트만큼 시설이 좋아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은 집이 생겨서 정말 기뻐요. 외국은 중산층도 임대주택에 산다면서요? 임대주택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사회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사회질문사전> 중)
◆임대주택 장려… ‘집’ 소유에서 거주로
“저는 결혼 후 아이가 한명 있는 가장입니다. 올 8월 전세계약이 끝나는데 집주인이 집을 내놨으니 다른 집을 알아보라고 하네요. 우연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국민임대주택 공고를 보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열심히 공부 중인데 쉽지가 않습니다. 이사해야 할 시기와 잘 맞지 않고 거주지와 먼 데다 월급이 자격기준보다 높아서 어느 곳을 신청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014년 기준 국민의 30~40%는 자기소유의 주택이 없이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저금리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세매물이 줄고 전셋값은 치솟고 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에 이르면서 집 없는 도시 거주자들은 더 싼 전세를 찾아 서울 외곽으로, 경기도로 이주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경기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대로 전망되는 지역은 21곳. 통계청은 지난해 경기도 이주민 9만4768명 중 78%가 주택문제로 이사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전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량을 대폭 확대, 2014년 기준 총 170만8716가구가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집계를 시작한 1994년보다 167만5781가구, 약 50배가 증가했다.
임대주택은 일반아파트에 비해 낮은 보증금과 월세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주거비 절감으로 생긴 여윳돈을 생활비나 저축, 자녀교육 등 다른 곳에 투자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황은정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하면서 자가점유율이 감소하고 임대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자가점유율은 2006년 55.6%에서 2014년 53.6%로 감소했다.
첫 임대주택인 주공아파트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임대, 공공임대, 영구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한 종류의 임대주택을 운영 중이다. 임대주택의 유형을 나눈 것은 수요자의 연령과 가족 수, 소득수준이 다른 점을 반영해 그에 맞는 집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저소득층 중 자격을 갖춘 사람이 당첨주택에 최장 10년 동안 주변 시세보다 20~40% 낮은 임차료를 내며 거주할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더 오래 거주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나 국가유공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북한이탈주민 등 일부에 한정돼 공급량이 적다.
이렇듯 임대주택은 한정된 인원만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거나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가정에 우선자격을 준다.
◆정부, 임대주택 2배 늘린다… 문제는 실효성
정부는 앞으로 임대주택을 계속 늘려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현재의 5.5% 수준에서 12%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주요 선진국의 임대주택비율은 최고 35%에 이른다. 현재 전체 임대주택사업 중 LH가 90%가량을, 서울특별시 SH공사가 10%를 운영한다. 그 외 지방의 도시공사들이 소규모로 임대주택을 운영 중이다.
행복주택의 경우 내년까지 약 14만호가 더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주거난에 시달리는 연극인전용 임대주택을 짓는가 하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20·30 청년임대주택도 만들기로 했다. 연극인전용 임대주택은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20·30 청년임대주택은 민간사업자를 유치해 공공임대로 짓고 청년층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빌려주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재평 국토교통부 행복주택정책과장은 “젊은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현재 11만호 공급을 목표로 사업 진행 중이고 국민이 희망하는 수요에 맞춰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거나 선거가 실시될 때마다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토지와 예산 부족문제로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임대주택시장은 공급을 늘릴수록 공공부채가 쌓이는 구조다. 민간자금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세금과 국민주택기금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도 문제”라며 “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해져 수요자 우위의 거래가 형성되고 임차인이 직접 집을 고를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활발하게 시행 중인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사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새로 아파트를 짓는 신축형보다는 기존의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임대하는 매입형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태섭 연구위원은 “현재 공급되는 아파트 수와 가구 수를 비교할 때 집이 모든 가구에 한채씩 주어져도 남는 상황”이라며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매입형 뉴스테이를 활성화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이나 임대료 책정 등이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