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브랜드가 크게 보이는 명품을 선호하던 중국인들의 소비 취향이 '대중'에서 '소중'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소중은 대중성에 대한 반대 의미로, 찍어낸 듯 같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반영한 제품 선호 트렌드를 일컫는다. 중국시장의 이 같은 뉴 트렌드는 온라인·소셜·모바일 시장의 확대를 견인했고, 중국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에도 눈을 돌렸다. 이에 한국의 온라인시장도 일명 '하이타오족'(해외구매를 즐기는 중국 소비자) 모시기에 나섰다. '취향중심 소비'로 탈바꿈한 중국인들은 국내 온라인 판매시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1인당 GDP가 8000달러 초반에 불과한 중국에서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 기반 취향소비 행태가 나타난 배경에는 '와이(Y)세대'가 있다. Y세대는 1980~2000년대 출생의 빠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를 아우르는 말로, 이들은 스스로의 취향을 공개해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모바일 중심의 전자상거래에 익숙하다.



◆ 반갑다 하이타오족!


개성을 찾아 헤매는 Y세대의 여정은 중국 내 인터넷 확산과 함께 더욱 탄력받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증가율은 연 30%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의 비중이 12.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소비 행태를 보이는 Y세대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연결성 강화로 '랜선 의견'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에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품을 찾음과 동시에 남들과 차별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직구족인 '하이타오족'이 양산됐다.

지난해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하이타오족은 9945만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65.3%는 26~35세로 드러났다. 이는 빠링허우와 지우링허우가 대표적인 하이타오족임을 방증한다. 하이타오족에게 한국은 두번째로 인기 있는 국가로 꼽혔다. 한류와 더불어 상품의 질이 선택 이유다. 이에 발맞춰 국내 유통채널들은 하이타오족을 겨냥한 맞춤형 웹·모바일플랫폼을 속속 구축하고 나섰다.

◆ '송혜교 립스틱' 사는 직구족


최근 유행어를 만들며 인기몰이중인 KBS2 한중합작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사용한 립스틱, 송중기가 착용한 니트가 품절사태를 겪었다. 드라마 흥행에 힘입은 하이타오족의 구매 공세에 '중문11번가'의 재고가 일찌감치 소진된 것. 지난해 12월 론칭된 SK플래닛의 '중문11번가'는 최근 한달동안(2월19일~3월20일) 월평균 가입자가 전월 동기간 대비 60%, 매출은 150% 증가했다고 밝혔다. SK플래닛은 하이타오족 유치를 위해 'QQ메신저' 지원, 은련카드·알리페이 등 중국결제 서비스 지원, 중국어 CS제공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11번가와 경쟁구도를 형성한 G마켓 역시 일찍부터 중국어로 된 사이트의 필요성을 예측하고 2013년 중문숍을 개설했다. 중문숍은 상품 가짓수 기준 국내 최대 규모며 지난해 5월에는 모바일 하이타오족을 타깃으로 애플리케이션도 론칭했다. 하이타오족을 선점한 중문숍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중국판매 전담 상담원을 배치했고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하이타오족의 손쉬운 구매를 유도한 게 주효했다. 

국내 오픈마켓시장의 한 축인 인터파크의 경우 중문숍을 따로 운영하지 않지만 글로벌사이트를 통해 역직구족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닷컴의 '차이나 롯데닷컴' 하이타오족 관련 매출이 월 평균 두 자릿수씩 증가했고,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도 중문사이트 '웨이메이푸'를 통해 평균 3000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역직구를 이용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경제력이 평균보다 높다. 한번 살 때 10만~20만원을 쓰기 때문에 시장의 거래량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익숙한 상품만 구매하는 성향을 가진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에 질 좋은 한국제품을 공급하면 역직구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11번가

◆ 수수료·배송문제 걸림돌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역직구시장은 2014년 기준 5800억원의 규모를 자랑하며 훈풍을 탔다. 다만 배송비 등의 제반 비용, 반품·환불·교환의 어려움 등 하이타오족의 불만도 함께 접수돼 대책이 필요하다.

배송비 부분에서 오픈마켓의 경우 개인사업자들은 G마켓과 11번가의 플랫폼에 판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G마켓을 통해 개인사업자가 국내에 판매할 경우 상품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판매수수료율은 6~12%다. 그러나 해외 판매수수료는 더 높은 수준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상품가격 상승이나 판매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픈마켓 측에서는 해외 판매수수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 오픈마켓의 국내숍과 중문숍 모두에 입점한 판매자는 "이제 막 시작된 시장이기 때문에 오픈마켓 쪽에서 비용을 많이 부담하고 있어 아직은 수수료가 낮지만 중문 사이트가 활성화 되고 판매가 늘어나면 오픈마켓 쪽에서 수수료를 대폭 높일 것이라는 게 대부분 업체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환불·교환 과정이 어려운 점도 문젯거리다. 물류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교환이 아닌 새제품을 하나 더 보내는 경우가 많아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나 판매자가 배송비용을 지불하는 환불 역시 부담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용에 불편을 느끼고 과다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에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한편 사업자에게는 손실이 초래된다. 이 같은 이유로 코트라는 중국 웨이하이와 상하이에 '반품 배송 대행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배송과정에서 초래되는 문제가 해결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면 중국 역직구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