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일반직군 대졸 신입행원 공채를 오는 9월 계획했고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아직 대졸 신입행원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최근 은행들은 지점 및 인력을 줄이면서 조직 슬림화에 돌입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악화가 지속돼 기존 인력은 물론 신규인력 채용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나 감소했다.
은행들은 신규 정규직 채용에 대한 부담을 계약직 모집으로 덜었다. 우리은행은 3월 학력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 형태로 개인금융서비스 직군 140명을 채용했고 KB국민은행도 파트타이머 직원을 100여명 지원받았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11일까지 창구텔러와 IT분야에 특성화고 신입행원 60명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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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증가… 정부, “채용” 입김
은행들이 신입행원을 뽑지 못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금융고객의 모바일뱅킹 사용 증가로 비대면 거래가 주를 이루면서 직원의 역할이 줄었기 때문.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인터넷뱅킹의 이용건수(일평균)는 7802만건, 이용금액(일평균)은 40조286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58만건(17.4%), 7조8537억원(9.3%) 증가했다. 특히 로봇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의 열풍으로 자산관리전문가인 PB(프라이빗뱅커)의 입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투자자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투자전략을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은행을 불신하며 상대적으로 컴퓨터와 기술력을 신뢰하는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자산관리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원의 역할이 크게 줄었지만 정부는 은행의 일자리 창출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신규 인력채용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원진의 연봉반납, 청년희망펀드 출시, 임금피크제 도입에 나섰다.
지난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3대 금융그룹 회장은 임금의 30%를 자진 반납하고 재원을 청년고용에 쓰기로 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3대 지방금융그룹 회장단도 연봉 반납행렬에 동참했다. 정부 눈치보기 전략으로 청년희망펀드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펀드 판매실적이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3개 은행에서 82건의 청년희망펀드 홍보성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왔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1건 이상 배포된 셈이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장기근속자의 급여를 줄여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 취지지만 퇴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임금피크에 들어간 은행원은 자연스럽게 주요 업무에서 밀려 퇴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특별퇴직금을 주는 희망퇴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올 초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190여명 중 성과우수자 50여명을 제외한 140여명 가운데 120명(85%)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우수자를 제외하면 임금피크제 대상자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장년의 임금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주장을 폈지만 실제로는 임금을 삭감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한번에 큰돈을 받고 정년 전에 퇴사하는 희망퇴직이 늘어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정책에 따라가는 은행의 고용창출은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임원의 연봉반납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거나 임금피크제로 생긴 재원이 실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2014년 임금피크제 시행 5개 은행 신규채용 현황’에 따르면 우리·하나·KB국민·IBK기업·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지난해 임금피크제 적용인원은 858명으로 2008년(430명)보다 두배 늘었다. 반면 정규직 신입행원은 2008년 1887명에서 지난해 1401명으로 25% 줄었다.
◆좁아진 채용문, 인터넷은행은?
은행 채용문턱을 넘지 못했다면 올해 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채용시장을 알아보자. 인터넷은행은 당분간 경력직원을 공개 채용하지만 해외진출, 새로운 수익모델 등의 수익기반을 갖추면 신입직원 채용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중은행 대비 완화된 만큼 혁신적인 디지털·모바일금융을 담당하는 IT직원을 신규채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카카오는 이달 4일까지 ‘카카오뱅크’의 총 21개 분야에 경력직원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IT기업의 우수 개발자를 우대할 방침이어서 모바일금융 분야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K-뱅크도 연내 경력직원의 공개채용을 계획 중이다. K-뱅크는 지분을 보유한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에 이직 신청자를 받았고 두자릿수의 은행·증권사 직원이 자리를 이동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공개 채용을 통해 은행의 본질을 재해석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재를 영입하고 수평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디지털금융을 선보일 것”이라며 “당분간 경력직원들을 채용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면 신입 채용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핀테크포럼, 한국핀테크학회, 글로벌핀테크연구원,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개인정보보호협회 등 핀테크 관련 단체들도 인터넷은행이 미래금융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협회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내고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정책목표는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은행법이 개정되면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의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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