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추가 자구안 추진 현황. /자료제공=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되면서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 사활을 건 현대그룹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최근 증권사 인수에 잇따라 실패한 KB금융지주가 당초 예상 가격을 크게 넘어서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1조원 수준 입찰가 ‘호재’
현대그룹은 지난달 31일 현대상선의 자회사인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 현대상선이 매각키로 한 현대증권 지분은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을 합친 22.56%다. KB금융지주의 입찰가는 당초 예상 가격인 6000억~7000억원을 상회하는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가 예상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 탈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미 추가 자구안 대부분을 조기에 달성한 상태에서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25일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을 완료하고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도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현대아산과 현대증권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고 담보 대출을 통해 700억원을 마련했다. 또 지난 2월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재 300억원을 출연했다. 주주들도 회사의 상장 폐지를 위해 대 1의 주식병합을 단행했다.
이에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공동관리 절차(자율협약)을 시작키로 했다. 현대상선 채무가 3개월간 잠정 유예되면서 현대그룹은 한숨 돌렸다.
◆당장 풀어야할 두가지 매듭
다만 현대상선이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큰 고비를 넘겼지만 채권단이 자율협약 개시 조건으로 내건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두가지 매듭을 풀어야 한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용선료는 2조1030억원에 달한다. 호황기 때 비싼 가격으로 맺은 장기 용선 계약 탓이다. 또 사채권자 재무조정도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현대상선은 12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이에 현대상선은 남은 용선료 조정 및 채무 조정 등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용선료 인하 및 비협약채권 채무조정 협상에 속도를 더했다”며 “예정된 자구안이 계획대로 추진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우량회사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이와 함께 선주, 채권단,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매각, 하반기 중 완료될 듯
한편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지만 매각 대금을 당장 채무 상환에 사용할 수는 없다. 현대증권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 및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 중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매각 대금은 당장 돌아오는 만기 채무 상환에는 사용할 수 없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쯤 현대증권 매각이 최종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대금 전액은 산업은행과의 협의 하에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며 “자구안 완료 이후 사업 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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