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경영 '제2 전성기'… 현대·기아차 '위협'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현대가 만들어 놓은 놀이터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는 부분이 많다. 소비자를 다른 각도로 연구해 폭넓은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현대·기아자동차가 놓친 부분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공룡’ 현대·기아차에 눌리고 급격히 성장하는 수입차에 치이며 무력하게만 보였던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가 자신감을 갖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현재 내수시장 3위를 달리는 한국지엠은 ‘내수 점유율 10%’를 자신있게 공언했고 쌍용차 역시 ‘흑자전환’이란 목표를 공공연히 내비친다.
르노삼성 SM6
◆수입차 주춤, 완성차 3사 ‘약진’
국내 자동차시장은 박동훈 사장의 말대로 ‘현대·기아차의 것’이었다. 기아차를 합병한 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체 내수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옛 쌍용차, 대우차, 삼성차 등이 차례로 외국기업에 넘어가며 그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09년 6월 80.4%로 정점을 찍은 뒤 장기적으로 감소세다. 최근에는 60%대에 고착된 모습이다. 지난해 2월에는 60.7%(현대차 31.9%, 기아차 28.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월 20개월 만에 70%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수입차의 엄청난 성장세에 따른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IDA)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수입차가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시기라고 본다. 2009년 4%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비중은 지난해 17.3%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수입차시장의 성장이 잠시 정체된 가운데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3사의 약진은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짐은 지난달 판매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를 분석해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내수점유율은 64.8%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월간 내수점유율이 65%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반년만이다. 수입차의 점유율이 13.8%로 전년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3개사의 영향력이 확실히 커졌다.
3사의 지난달 내수점유율은 20.8%로 지난 1월(14.5%), 2월(17.8%)에 이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엔 전년 연간점유율이었던 18.4%를 2.4%포인트 웃돌았다.
3사의 판매진작은 스파크, SM6, 티볼리 등 ‘주력모델의 선전’ 덕분이다. 지난달 2일 출시된 SM6는 3월 한 달만에 6751대가 판매됐다. 이에 힘입어 르노삼성은 6년 만에 내수판매 1만대를 초과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는 같은기간 7053대가 판매된 ‘쏘나타’와 비등한 기록이라 현대차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택시공급에 따른 YF쏘나타 판매 611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SM6가 쏘나타를 제치고 중형세단 왕좌에 앉은 셈이다.
한국지엠도 지난달 경차 ‘스파크’의 공격적인 판촉으로 기아차를 위협했다. 스파크는 지난달 9175대 팔려 상용차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쌍용차도 ‘티볼리’의 인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추가한 ‘티볼리 에어’가 적중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티볼리의 지속적인 인기는 현대·기아차의 기존 SUV 라인업뿐 아니라 니로에도 위협일 수밖에 없다.
쌍용차 티볼리 에어
한국지엠 스파크
◆‘공격경영’ 기대감… ‘연구·개발’은 과제
최근 바뀐 CEO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하면서 이들 3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전략차종 SM6의 성공으로 르노삼성의 신차에 관심이 집중된다. 르노삼성은 자사 차종의 모델명인 SM과 QM의 1부터 9까지 모든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모델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올해는 르노의 소형해치백 ‘클리오’ 출시가 확실시된다. 이미 국내연비인증을 마쳤는데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이 변경돼 출시가 미뤄졌다. 한국에너지공단에 인증한 국내표시연비는 17.0㎞/ℓ로 파워트레인 구성은 QM3와 동일하다. 이 역시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놓친 부분을 공략한다는 박동훈 사장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임팔라’를 성공시키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한국지엠의 신차도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 공개된 사진으로 화제를 모은 말리부와 2세대 전기차 볼트가 출시 예정이다.
매년 1개의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인 쌍용차는 중형급 전륜구동 모노코크모델을 개발 중이다. 흑자달성으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성장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우려는 ‘연구·개발’에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외국자본회사’이다 보니 출시모델들이 계열사의 자동차들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어떤 회사도 장기지속은 불가능하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본사에서 차량을 들여올 때마다 ‘공동개발’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개발참여’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쌍용차의 경우 모회사와 독립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술개발 투자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친환경으로 개편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친환경차 출시가 전무하고 콘셉트카에 그치는 실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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