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KTX 오송역에서 내려 차로 5분을 달리면 국내 바이오생명공학 클러스터인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나온다. 약 60개 기업이 제약·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헬스케어산업단지’다.
이곳에 2011년 둥지를 튼 메타바이오메드는 직원 수 212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전세계 치과용 충전재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매출의 95%가 해외수출인 점이 돋보인다. 1990년 설립 후 치과치료 재료와 기기를 생산하다가 2000년대 수술용 녹는 실(생분해성 봉합원사)을 개발해 독일에 수출했다. 2012년에는 IT기술을 융합한 내시경과 초음파 영상진단기기를 만들어 세계 약 100개국에 판매 중이다.
◆빨간 넥타이 매고 세계 곳곳 누벼
지난 12일 오전 메타바이오메드 본사에서 만난 오석송 회장은 푸른색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1990년대 후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담은 가방을 양손에 들고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를 다녔습니다. 판매처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이때부터 중국 거래처의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빨간 넥타이를 맸어요.”
오 회장은 1998년 전북대 섬유공학과 학생들에게 사업스토리를 강연하던 중 담당교수의 제안으로 생분해성 봉합원사의 개발을 결심했다.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면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돼 사라지는 실이다.
당시 메타바이오메드는 치과용 충전재를 생산하던 벤처기업으로 봉합원사 개발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1999년 개발을 시작해 2001년 공장을 세웠고 2002년 생산에 성공했다. 연구인력은 4명에 불과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사진제공=메타바이오메드
오 회장은 어렵게 개발한 봉합원사를 2003년 독일 비브라운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비브라운은 175년 역사의 의료기기기업으로 독일에서 유일하게 생분해성 봉합원사 생산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당시 이라크전쟁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메타바이오메드의 제품을 수입한 것. 지금도 국내에서 생분해성 봉합원사를 만드는 기업은 메타바이오메드와 삼양사 두곳뿐이다.
메타바이오메드 제품은 현재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의료기관에서 사용된다. 2015년 매출액은 405억원. 이 회사는 봉합원사 외에 충치를 메우는 충전재를 생산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척추염증을 촬영하는 초소형 영상진단기기(아이돌핀)도 개발했다. 일회용 제품을 사용해 감염확률이 낮고 꼬리뼈 부근을 절개해 아이돌핀을 삽입, 수술 대신 간단한 시술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 앞으로는 안과와 이비인후과 치료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오 회장은 “헬스케어산업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환자의 고통을 빨리 치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분적으로 로봇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고령화, 헬스케어산업의 희망
세계 의약품 및 의료기기시장은 2014년 1조4000억달러에서 2024년 2조61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 회장이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어떤 계기였을까.
그는 1986년 미국계 의료기기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2년 만인 1988년 노사분쟁으로 회사가 폐업하자 오 회장은 전재산을 투자해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를 직접 인수했다. 현재 메타바이오메드의 전신이다.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사업하다 보니 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노년인구가 증가하는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의료제품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오 회장은 이달 초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고 인터뷰 이튿날 중국 상하이 출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터뷰 직후에도 캄보디아 해외법인장이 집무실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이후 미국 자회사를 비롯해 중국, 일본, 캄보디아에 해외법인을 세웠다. 생분해성 봉합원사는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뛰어넘었다.
메타바이오메드. /사진제공=메타바이오메드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
최근 의료업계에서는 원격영상으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U(Ubiquitous)헬스케어’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제약사와 글로벌 IT기업들이 바이오시장에 속속 진출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개인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신약개발이나 의료서비스의 주체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기업과 IT기업 간 ‘협업’과 ‘상생’의 중요성을 키웠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몸 안에 의료기기를 지니고 의사와 연결해 건강을 원격진단받는 환경이 구축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사람과의 신뢰를 중요시하고 IT분야 등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타바이오메드는 2012년 IT기업인 배가텍(현 메타네트웍스)을 인수했다. 오 회장은 헬스케어산업의 목적이 치료에서 질병예방 차원으로 이동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산업은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과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비용 감소로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켰습니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기대수명 증가로 건강관리를 원하는 수요가 더 증가할 겁니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오래 살까 고민하느라 건강한 생활을 등한시했지만 이제는 수명을 연명하는 것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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