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 안진)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하 기활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활법은 일명 원샷법으로도 불리는 경제 활성화 법안 중 하나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번에 풀어주고 세제 지원 혜택 등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부 지침 확정을 위해 ‘의견 수렴→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6월 중 세부법안을 확정·공포할 예정이다. 아직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활법의 실제 활용 여부를 놓고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관련 세미나에서 최기원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허주열 기자

딜로이트 안진은 기활법 국회통과 직후 재무자문본부 내 RS(Restructuring Service)팀이 주도하는 산업구조조정 TF를 발족해 해당 법에 따른 기대효과, 세무 및 법률상 주요 사항 등을 선제적으로 검토한 중간 결과를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김경호 딜로이트 안진 상무는 이날 세미나에서 ‘사업재편 유형별 조세지원 및 고려사항’을 주제로 자산·주식 양도, 주식 교환, 합병, 분할시 바뀌는 조세제도 등을 강연했다.

기활법에 따르면 자산·주식 양도 시 양도차익은 4년 거치 후 3년 분할 과세하는 안이 도입된다(합병 시는 3년 거치 후 3년 분할 과세). 또 주무부처 승인을 받은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기업 간 주식 교환이 이뤄질 경우에는 교환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영구히 과세하지 않고 증권거래세도 면제된다.


김 상무는 “승인 받은 사업재편계획에 따른 합병·분할의 경우 주식배정 요건이나 사업의 계속 요건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므로 향후 관련 세제개편 시 고려해야 한다”며 “모회사가 자회사 부채를 대신 갚았을 때 상법상 경영자의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는 문제가 쟁점인데 정책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호산의 함지원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 문제를 기활법에 숨어있는 이슈로 꼽았다. 현재 구조조정 과정에서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채무인수 등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기활법에는 자회사에 대한 금융채무 인수, 변제시 법인세 감면 규정만 들어있다.

이에 대해 함 변호사는 “기활법 적용에 따라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계열사지원의 경우 그 계획에 대해 정부의 승인을 얻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 이슈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과점 이슈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도 함 변호사가 꼽은 기활법 이면의 숨은 이슈다. 기활법에는 사업재편계획승인을 신청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여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함 변호사는 앞서 진행된 기업결합 승인 사례를 거론하며 “기업결합심사의 결정 주체가 여전히 공정위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업결합 자체가 불허되는 경우는 회소하며 조건부 승인 결정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롯데쇼핑의 CS유통 주식취득, 2015년 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의 삼성종합화학 주식취득,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주식취득 등은 모두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함께 함 변호사는 기활법이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에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그는 “기활법의 시행은 구조조정 절차 간소화, 기간 단축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이 오너 중심인 국내 대기업이나 비상장사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