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하 소액 무서명거래를 5월부터 모든 가맹점에서 할 수 있게 된다. 카드 이용자도 편해지고 카드사 수수료 인하 등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지만, 전체시행까지 밴사 수익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진 않다.

어제(21일) 여신금융협회는 5만원이하 무서명거래(본인확인 생략거래)를 5월 1일부터 모든 가맹점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2월 협회는 관련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소액 무서명거래를 하려면 가맹점과 카드사가 별도 계약을 해야 했다. 편의점, 영화관 등 대형 가맹점들의 경우 브랜드마다 소액거래 서명여부가 달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새 약관은 카드사가 가맹점에 통보만 해도 무서명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밴사업자·밴대리점 이해관계 문제가 남아있다. 5만원이하 무서명거래가 시작되면 밴사와 밴대리점의 수익이 줄어든다. 특히 밴대리점의 경우 전표 수거 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돼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협회 발표에도 비용 인하를 카드사·밴사·밴대리점이 각각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놓고 세부조율을 더 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자료사진=뉴스1

밴(VAN, value-added network)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승인 정보를 중개하고 전표를 매입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다. 카드사는 개별 가맹점과 일일이 승인정보를 주고받지 않아도 되고, 가맹점 역시 카드사별로 거래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 밴사 운영 시스템은 카드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해 정률 수수료를 받는 반면에 밴사의 수수료는 건별 정액으로 지급돼 정당성 논란이 있었다. 거기에다 밴사와 계약해 단말기 영업을 하는 밴 대리점들이 계약을 대가로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주거나 단말기를 무료 공급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당사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밴사의 거래승인·매입정산 수수료, 카드사의 거래 수수료를 인하하기 어려워진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4년 나온 KB금융연구소의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특성과 시장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카드 보급률·이용률·소액결제비중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GDP 대비 신용카드 이용액 비중은 주요국가 가운데 38.2%로 2위 캐나다 19.4%를 가볍게 넘어선다. 결제금액도 1만원 이하 비율이 38%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3년 기준 카드사 전체수익의 48.5%가 가맹점 수수료일 정도로 가맹점에 전가되는 부담도 적지 않게 됐다. 금융당국이 소액 무서명거래 제도 도입으로 사용자 편의는 물론 카드사의 거래 수수료 인하도 유도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유는 이러한 국내 카드산업 현황을 고려한 것이다.

수익감소 문제 말고도 각 점포의 단말기 프로그램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점포에서 소액 무서명거래를 할 수 있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등 당국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무서명거래가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필요한 협의와 의견조정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