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사진=뉴시스DB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에 해운업종의 주가가 침몰하는 중이다. 앞서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과 함께 주가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용선료 협상이 주가의 키를 쥔 것으로 보지만 이 또한 불확실성이 큰 모양새다.
◆해운업종 주가 좌초… 용선료 협상 '주목'

지난 25일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94%(780원) 내린 1825원에 장을 마감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시총 3800억원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해운업황 악화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앞으로 시장경쟁력 확보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자구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자산 매각과 용선료 협상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율협약을 공시하기 이틀 전까지 최은영 전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한진해운의 주식 97만주, 약 27억원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검찰은 최 전 회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한진해운의 주가가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사측이 발표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은 단비가 됐다. 지난달 26일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세부방안의 미흡한 점을 들어 보완을 요청함에 따라 4122억원의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발표했다.


한진해운은 "터미널 유동화로 1750억원을 확보하고 부산사옥 등 사옥 유동화로 1022억원을 마련하겠다"며 "이외에 상표권, 벌크선, H-Line 지분 등 자산매각 등으로도 134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지난달 26일 한진해운의 주가는 장중 2050원선까지 치솟으며 전날보다 12%가량 오르기도 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전날보다 250% 많았다. 다만 4거래일 간의 급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손절물량이 나오며 종가는 전날보다 4% 오른 1900원을 기록했다.

앞서 같은 해운업 내의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주식이 거래정지된 상태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19일 현대상선의 주가는 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18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7대1 감자를 결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가가 다시 떠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용선료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국내 해운업은 2000년대 초 호황이던 시절 배를 확보하기 위해 비싼 용선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은 침체됐고 용선료를 지불할 능력마저 떨어졌다.

이에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조9000억원가량을 용선료 지불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20~30% 줄일 수 있다면 현대상선의 채권단이 호의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역시 지난해 7조7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1조원가량을 용선료로 사용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모두 이 시기에 현재 시세보다 4~5배 비싼 가격에 선박 임대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용선료 협상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현대상선 측은 오는 6월까지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언론을 통해 "올 연말까지 시간을 주면 용선료를 10~20%가량 낮추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용선료 협상기간을 3개월로 본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25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이후 관련 보고서가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