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기아자동차 ‘니로’의 사진이 처음 공개됐을 때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지 않고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콘셉트카의 개성 있는 겉모양을 먼저 본 사람들은 다소 밋밋해진 디자인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출시되니 반응이 달라졌다. 실물을 눈으로 보고 직접 차를 몬 사람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소형SUV 맞아?
기아차는 니로가 소형SUV 라고 주장하지만 엄밀히는 크로스오버(CUV)에 가깝다. 원래 SUV는 험로주행이 가능한 다목적 자동차를 뜻한다. 요새는 생김새만 닮았을 뿐 험로주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업체들은 ‘도심형 SUV’나 이런저런 성격을 섞었다는 뜻의 ‘크로스오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형SUV라고 부르는 것은 최근 소형SUV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장이 더 커진 가운데 같은 플랫폼의 현대 아이오닉보다 최저지상고를 20mm더 높여 험로주행 ‘가능성’을 약간 개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SUV’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어색한 탓도 있다.
니로의 길이x너비x높이는 4355x1805x1545(mm)다. 쌍용 티볼리는 4195x1795x1600(mm), 르노삼성 QM3는 4125x1780x1565(mm), 쉐보레 트랙스는 4245x1775x1670(mm)으로 니로가 가장 길고 넓고 낮다. 높이를 제외하곤 오히려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4570x1800x1440(mm))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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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봐야 안다
시트에 앉아보면 니로는 소형SUV라고 부르기엔 아까울 만큼 넓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커다란 배터리를 장착해야 해서 실내공간이 좁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를 배치한 덕분에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했고, 트렁크 공간도 손해가 없어 2열 시트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최대 1425ℓ의 짐을 실을 수 있다.
특히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요소인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는 2700mm로 아반떼나 아이오닉과 같다. 티볼리 2600mm, QM3 2605mm, 트랙스 2555mm 등보다 길다.
힘도 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힘이 약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니로는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속할 때 의외로 경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기량 1580cc의 카파 1.6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의 성능을 내며 여기에 전기모터가 43.5마력, 최대토크 17.3kg·m의 힘을 보탠다. 16인치 휠 기준으로 1425kg의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힘이다. 그만큼 가속페달을 밟는 재미가 있다. 소리는 다소 과장됐지만 치고 나가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코너링이나 고속주행안정성도 기대 이상이다.
이는 변속기 영향도 크다. 탑재된 건 6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엔 CVT(무단변속기)를 주로 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데다 특허사용권 문제가 있다. 생산량이 많은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독자개발 제품을 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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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본기에 첨단 기술 더했다
기본기도 충실하다. 하이브리드차의 기본은 연료효율. 대충 몰아도 ℓ당 20㎞를 넘기는 게 어렵지 않다. 공인 복합연비는 19.5㎞/ℓ인데 고속도로(18.7㎞/ℓ)보다 도심(20.1㎞/ℓ) 연비가 더 좋다. 전기모터가 주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덕분이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이 장착된 고급형이었음에도 공인연비(17.1㎞/ℓ)보다 높은 효율을 보였다. 디젤 소형SUV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효율이다.
전기로만 움직이는 ‘EV모드’는 정체구간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는 움직이기 시작할 때 많은 에너지를 쓰는데, 기름을 먹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힘을 내니 정체구간에서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또 일정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틈틈이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게다가 가솔린 하이브리드차여서 ‘SUV=디젤=시끄럽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전기모드로 움직일 땐 차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밤중 주차장에선 정적이 흐른다. 후진할 때 보행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독특한 벨소리가 들릴 뿐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이 탑재돼 장거리 운전도 편하고 AEB(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덕에 돌발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에어백은 무릎을 포함해 7개다.
사소한 아이디어도 웃음짓게 만든다. 에어컨디셔너는 ‘Driver Only'라는 운전자 전용 모드가 있다. 운전자 혼자 탈 때 바람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만큼 에너지가 낭비되는 점에 착안한 모드다.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모델에 먼저 적용됐다.
또 뒷좌석에선 220v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어 SUV로서의 활용성을 높였다. 노트북이나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기 쉽다. 캠핑 등 나들이에도 여러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개성보단 실속 앞세운 차
/사진제공=기아자동차
기아차는 기존 소형SUV들의 부족한 부분을 철저히 분석했고 시장이 요구하는 점을 잘 담아냈다. 그래서 니로는 무언가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족한 점을 꼽기 어려운 차다. 무난하면서도 필요로 하는 재주를 갖췄다. 직업으로 표현하자면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 대기업 다니는 친구 같은 느낌의 차다.
오랜 고민의 결과가 ‘니로’의 상품성으로 잘 표현됐다. 시장진입은 성공적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차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추가하는 건 어떨까. 이젠 '차'가 아니라 '문화'를 팔아야 성공을 이어갈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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