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대륙을 흔들었다. 이 드라마에 매료된 중국인관광객(유커)들은 입국 직후 인천 월미도에서 ‘치맥파티’를 즐긴 데 이어 140여대의 대형버스로 이동하면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일에는 후발대 4000명이 반포한강공원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쇼핑규모도 엄청나 면세점은 대박을 터트렸다. 이들 관광객은 ‘굴뚝 없는 황금’이라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관광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재확인시켰다. 김재원 신라대 국제관광학부 교수에게서 현재 한국관광산업의 문제점과 한류 지속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들어봤다.


◆우리 역사 관광산업에 녹여야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주춤하던 한류 붐을 다시 일으켜 한국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즐거운 현상이죠. 하지만 이런 인기가 얼마나 갈지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지금의 관광문화가 계속된다면 외국인관광객의 발길은 또다시 끊길 겁니다. 유커들이 가져갈 한국에 대한 추억은 드라마의 여운과 구매한 물건이 전부가 아닐까 싶어요.”

김재원 교수는 다시 불붙은 한류 현상을 반기면서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88서울올림픽 때부터다.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은 급성장을 이루며 해외에 IT강국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제 한국은 IT강국답게 인터넷이나 휴대폰, 전자제품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은 TV드라마로 ‘한류’의 물꼬를 텄다. 이어 한국 대중음악이 아시아를 강타했다. 한류드라마와 K팝은 중동·미국·유럽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이름마저 생소했던 변방의 작은 나라가 전세계 한류 팬을 거느린 ‘문화강국 코리아’로 그 이름을 각인시킨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재원 신라대 국제관광학부 교수. /사진제공=김재원 교수

“(외국인관광객들이) 왜 우리나라를 두번 이상 찾지 않을까요? 드라마·K팝·쇼핑, 그 다음의 ‘무엇’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한국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다음의 ‘무엇’. 그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역사입니다.”
진정한 한국적 접객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우리 한국문화의 뿌리인 정을 기반으로 국가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 이미지를 도출해내야 한다”며 “정을 담은 친절은 비굴함이 없고 서로가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관광자원에 역사성을 부여해 자원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산업을 조사하기 위해 78개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가 정말 여행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4계절뿐 아니라 천혜의 자연과 전통문화, 역사를 가졌음에도 문화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우리는 우리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조선의 600년 역사, 그 유구한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스토리로 만들어 관광산업에 뿌리 깊게 녹여내야 합니다.”

◆주민 중심의 지역문화·축제 활성화

김 교수는 일본을 사례로 들며 지역전통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인데 관광산업만 놓고 보면 일본의 인프라가 참 부러워요. 일본의 재방문율이 높은 것도 지역전통산업이 잘돼 있어서거든요.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홋카이도·나가사키 등 지역마다 볼거리·먹거리·살거리가 많은 데다 고유의 독특한 지방문화가 곳곳에 스며있죠.”

그는 “우리 관광문화는 관광객 자체에 초점을 둔다”며 “지방마다 진행되는 대부분의 축제도 지나치게 관광객을 의식하다 보니 사실상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내국인을 배제한, 외국인만을 타깃으로 한 스토리 없는 관광자원 개발은 낭비라는 지적이다.

“지방축제마다 나타나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 중에는 그 지역민이 아닌 경우가 꽤 많아요. 이는 결론적으로 관광객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지역주민도 소외시키는 겁니다. 일본의 ‘마츠리’라는 지방축제처럼 외부인이 아닌 해당 지역주민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축제야말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외국관광객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요.”

일본은 동네마다 독자적으로 마을 중심의 자생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마츠리’ 축제를 연다. 이 같은 콘텐츠를 발굴해 모델로 제시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축제를 꼽는다면 경상북도 ‘청도 소싸움 축제’가 있다.

“기념품도 마찬가지에요. 어디를 가나 효자손이나 지도, 관광지의 사진 등이 인쇄된 손수건 등 거의 비슷한 물건들뿐이죠. 더군다나 중국산이 버젓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외국인관광객들한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고요. 정부에서 나름대로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좀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경남 통영에서 나전칠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본고장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활성화시키는 식으로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다른 곳에 없는’ 차별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유커 의식하다 다 놓친다

유커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국인관광객은 양날의 검이에요. 명동만 봐도 중국인 위주로 형성되니까 내국인이 이용하기를 꺼리잖아요. 제주도도 비슷해요. 중국인이 몰려오니까 언제부턴가 일본·미국·유럽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지 않으려 하죠. 제주도만의 특징이 훼손된 상태예요. 호텔들은 유커를 유치하다 제 살 깎아 먹기만 했고요. 당장 객실점유율은 높아졌겠지만 중국인을 모시려고 서로 가격 낮추기 경쟁을 하다 보니 가치만 떨어진 셈이죠. 시장의 흐름이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정부에서 규제하기 어렵겠지만 중국인 유치에만 신경 쓰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됩니다. 관광의 품격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 프로필
▲신라대학교 국제관광학부 교수 ▲한국관광학회 선임이사 ▲아시아기업경영학회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