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 결혼자금으로 평균 노후자금의 55%인 1억300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부모 4명 중 3명(75%)은 자녀 결혼자금 지원이 노후 생활에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자녀의 결혼, 부모의 노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자녀가 결혼한 부모세대의 대부분(97%)이 자녀 결혼자금을 지원했다. 자녀가 모두 결혼한 부모의 경우 결혼비용으로 지원한 금액은 평균 1억2506만원(평균 자녀수 2.2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성인자녀세대(25세 이상, 최근 5년내 결혼 또는 미혼) 및 부모세대(50세 이상, 최근 5년내 자녀 결혼 또는 미혼 자녀 있음) 총 15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자녀 1인당 평균 결혼자금 지원 금액은 아들은 9400만원, 딸은 4200만원으로 아들에게 결혼자금을 더 많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들은 자녀의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대부분 ‘예적금’(93%)을 활용했다. 또 퇴직금 활용(11%), 개인연금·보험 해약(5%), 거주주택 처분(5%)도 있었다.

부모 10명 중 1명 이상(12%)은 자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빚을 냈으며 미혼자녀를 둔 부모도 23%가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자녀 결혼자금을 도와줄 것’으로 응답했다.


자녀 결혼자금으로 사용된 예적금이나 퇴직금, 개인연금·보험, 거주주택 등이 모두 노후 대비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모의 노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녀 결혼비용에 지원한 금액(1억2506만원)은 부모가 모은 노후 자금의 5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자녀 결혼에 자신들의 노후자금 절반 이상을 소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자녀가 모두 결혼한 부모의 75%는 ‘자녀 결혼자금 지원으로 노후 생활에 무리가 간다’고 응답했다.

부모들은 실제 결혼 당사자보다 자녀의 결혼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모들은 결혼을 ‘신랑·신부 두 사람보다는 집안 간 혼사’로 보는 비중이 67%에 달했으며 ‘자녀의 결혼은 부모가 치러야 할 숙제’로 보는 비중이 71%를 차지했다. 또 부모의 자녀 결혼비용 지원에 대해서도 부모 세대는 56%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자녀 세대는 28%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결혼비용 분담도 ‘신혼집은 신랑, 혼수는 신부가 장만해야 한다’는 답변이 부모 세대는 30%에 달했다.

하지만 자녀 세대는 14%에 불과했고 ‘형편이 나은 쪽이 많이 부담’하거나 ‘동일하게 부담’ 해야 한다는 비중이 8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예물 및 예단 교환도 부모 세대는 30%가 '남들만큼 주고받아야 한다'고 답했으나, 자녀 세대는 16%에 불과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50~60대 부모의 경우, 과거에 비해 노후 기간이 2~3배 연장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자녀 결혼비용 지원 및 규모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세대가 자녀 혼사에 대해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체면을 위한 과시적 소비 등을 배제한다면 자녀 결혼에 지원하는 비용을 줄이고 노후 준비를 더욱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