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 17일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방안 등을 담은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채권단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삼성자동차 사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구조조정 계획에는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및 삭감, 도크 폐쇄,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이미 1000여명을 내보내며 자체 구조조정에 착수한 삼성중공업은 정부의 압박에 구조조정 강도를 한층 높이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은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로부터 자구계획을 받아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직접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7308%인 대우조선해양과 33분의 1 수준인 현대중공업(220%), 23분의 1 수준인 삼성중공업(309%)을 구조조정이 시급한 같은 기업으로 분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적자 규모를 합쳐도 대우조선해양에 못 미치고, 올해 1분기에도 대우조선만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들 3개 기업을 같은 수준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대우조선해양과 다른 2개사는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수주가 단 1건도 없을 정도로 극심한 ‘수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삼성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조선업황 불황 속 400개가 넘는 조선소가 이미 문을 닫았고 매주 폐업하는 조선소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황 불황이 해결되기 위해선 조선소 절반가량이 문을 닫아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조선소도 옥석을 가려 살릴 기업은 살리고 사망 선고가 필요한 기업은 결단을 내려야 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 사내유보금 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스스로 회생할 수 있는 현대·삼성중공업과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분리한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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