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하반기 반등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코스피는 최근 두달 새 200포인트가량 치솟으며 2000선 턱밑까지 올라왔다. 다만 최근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나오며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증시에서 빠져나간 것.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달러화는 점차 약세로 전환될 여지가 크다며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다시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증시의 기초체력인 기업실적도 2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어서 하반기 황소장이 기대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악재에 잠시 주춤… 외국인은 돌아온다
올해 초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18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지난달 다시 2000선 벽을 두드렸다. 코스피의 움직임은 외국인 순매수 추이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1월 중국증시가 급락하고 북한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악재가 발생하자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2조9600억원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후 악재가 소멸하면서 2월에는 300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로 돌아섰고 3월과 4월에 각각 3조4300억원, 1조94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의 매수 규모에 비해 지수가 강한 급등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기관의 매도다. 코스피가 2000선 부근에 도달하면서 금융투자와 투신권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몇년째 이어지는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 투자자가 펀드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의 매도가 지수에 부담을 주는 가운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도 주춤한 모양새다. 월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은 불과 74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기관은 1조6500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20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도 1950선까지 하락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잦아든 이유는 미국의 경기지표 호조로 금리인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들은 미국의 성장률, 고용지표, 인플레이션이 2분기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6월에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전날보다 0.57% 상승한 95.11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에 중국의 해외주식예탁증서(ADR)가 추가로 편입되는 점도 외국인 자금 유출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이 포함되면서 한국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펀드 자금이 일정 부분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MSCI EM지수 추종 펀드 규모는 1조6000억~1조8000억달러 수준”이라며 “한국 비중이 0.4%포인트 낮아지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500억~84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SCI의 구성종목 재조정은 이달 31일 마무리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에 주의할 시점은 5월 안에 지나간다는 의견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A주가 MSCI EM지수에 편입되더라도 5% 수준의 부분편입이 예상된다”며 “실제 편입도 내년 6월부터 적용된다는 점에서 외국인 순매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실적이 지수 상승 ‘견인’


외국인 증시 이탈의 주원인인 달러화 강세는 하반기 들어 힘을 잃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고 글로벌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달러화가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는 올해 2분기까지 경제지표 부진과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강세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명목지표 개선과 함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침체 현상) 공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여 이후 달러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증시는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일 열린 신한금융시장 포럼에서 “국내증시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로 5년간 정체 흐름을 보였으나 앞으로 5년간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달러 약세 전환으로 코스피는 올해 2~3분기에 상승세를 보이고 신흥국지수는 10% 내외의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기업의 이익이 증가추세에 있고 배당성향도 점차 늘어나는 점은 달러 약세로 상승하는 주가의 고평가 우려감을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증시의 기초체력인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보통주권 상장법인 519개(제조업)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결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액은 401조7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0조2164억원, 22조8409억원으로 13.9%, 19.4% 늘어났다. 매출 증가분이 다소 적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2014년을 바닥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올라오고 있어 결국 경기 사이클이 좋아진다는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1분기 실적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까지 16개월째 감소했던 수출이 이달 들어 두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며 “매출액 측면에서도 지난해 대비 나아질 수 있어 증권사의 2분기 이후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