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국내 빙수업체 1위인 ‘설빙’이 지난 한해 동안 오픈한 가맹점 수다. 잘 나갈 때 최대한 가맹점 수를 줄이는 설빙의 역발상 전략이라고 한다. 그 배경엔 가맹점주와의 상생 경영이 자리한다. 기존 가맹점의 매출보호와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규 가맹점 개설을 중단하겠다는 것.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가맹점주에 대한 설빙의 배려가 꽤나 깊은 것처럼 비춰진다. 탄력받았을 때 최대한 가맹점을 늘리려는 타 가맹본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어쩔 수 없는(?) 설빙의 두얼굴전략이 숨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설빙의 점포수 증가 추이를 보자. 2013년 설립된 설빙은 그해 가맹점 33개로 시작해 1년 만인 2014년 신규 가맹점만 448개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빙수업체 1위로 승승장구하던 설빙이 출점 자제전략을 펼친 건 지난해. 그해 가맹 점포수 순증은 3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가맹사업 확대에서 안정화로 돌연 출점전략을 바꾼 셈이다. 그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설빙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가맹사업법 위반 관련 제재와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에 따르면 설빙은 2014년 3월부터 8월까지 급속도로 가맹점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맹 희망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 상권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352명의 가맹 희망자들은 주변에 다른 설빙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가맹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그 부작용은 지난해부터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명동, 강남 등 주요 번화가에는 각각 3곳의 설빙이 200m 내 상권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심지어 걸어서 3분 거리에 또 다른 설빙이 있기도 했다. 무분별한 점포 내주기는 결국 설빙과 설빙이 경쟁하는 상황으로 번졌고 비수기인 겨울에는 폐점하는 가게도 속출했다.

이뿐 아니다. 설빙은 당시 가맹점들로부터 받은 48억여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채 법인계좌로 직접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을 놓고 보면 지금 설빙의 ‘상생’ 경영은 공격 출점 부작용에 따른 ‘수습’에 더 가까워보인다. 전문가들은 설빙이 3년 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성장통 역시 너무 빨리 온 건 아닌지 우려한다. 중요한 건 흔들리는 가맹본부가 전국 수백여개의 가맹점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디저트시장의 강자, 설빙의 진짜 ‘한 수’가 필요한 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