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대비해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가운데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권에서도 코코본드를 발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리스크 대비 금리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에 투심도 얼어붙었다.

◆낮은 금리로 코코본드 발행 가능


시장의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내리면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둔 상황에 금리인하로 역마진 공포가 확대돼 보험사들이 쌓아야 할 적립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보험회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금리인하는 보험회사의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코본드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새로운 투자수익처 발굴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코본드는 국제금융규제인 바젤Ⅲ제도 기준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증권이다.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발행업체가 위기를 맞으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는 회사채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회사는 금리인하로 금리역마진이 높아져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이익률과 보험부채 부담이율 간 차이인 금리역마진 갭이 0.76%포인트까지 확대됐다”며 "금리역마진위험액도 2014년 1조1926억원에서 지난해 2조707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리하락에 대비해 자본확충과 경영합리화 및 투자수익처 발굴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조 연구원은 코코본드 발행 검토를 제안했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한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신종자본증권 세부인정요건을 만족하는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또 채권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중수익 투자 편입 비중 확대 등과 같은 수익률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코본드 투자, 리스크 대비 금리 매력 없어”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사들은 코코본드 발행에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자본확충 방안 중 하나로 앞으로 코코본드 발행을 고려해볼 수는 있겠다”면서도 “해운과 조선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권의 자산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한 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IFRS4 2단계 도입 시점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장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코코본드 매입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애초 당국은 지난해 코코본드 위험계수를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키로 하면서 채권시장의 큰손인 보험사들이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보험사의 수요는 저조한 상황.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코본드의 수익률은 3~5%대로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지만 손실 가능성, 한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자칫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데 이에 비하면 금리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한편 해외에선 코코본드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도이치뱅크가 이자 미지급 우려로 코코본드 발행을 중단하면서 코코본드가 오히려 유사시 은행권 신인도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는 국내 금융권의 코코본드 발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