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횡령사건이야 종종 발생하는 건데요 뭐. 개인의 일탈이죠.”

최근 알려진 증권사 직원의 횡령사건에 대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반응은 매한가지였다. 으레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 그들의 말투와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무덤덤함은 자라나는 증권업계의 새싹을 짓밟기에 충분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을 대상으로 긴급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자체 감사가 잘 됐는지 여부와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증권사의 조직적인 문제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에 적발된 증권사 직원들은 수년간 고객들과 동료들에게 투자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받고 이를 굴리다가 결국 돌려주지 않거나 잠적했다.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을 징계 및 면직처리하고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대로 직원의 횡령사례는 잊을만 하면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직급은 간부급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횡령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증권사에서는 매년 10건 미만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는데 보험이나 은행업권보다 건수는 적지만 사고 금액은 평균 8억원을 웃돈다.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 숨만 쉬고 20년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액수다.

고객의 신뢰로 먹고사는 증권사에게 거액의 횡령사건은 사업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증권사에 어떻게 투자자가 자신의 돈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최근 증권업계의 먹거리로 떠오른 ‘자산관리’ 서비스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증권사 직원들의 안일한 태도다. 자신의 목줄을 위협하는 행위에 무감각하다. 대부분 불법행위는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지가 악행을 부추긴다. 결국 사람들은 모든 것이 뒤틀린 후에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증권사 직원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증권사는 자본시장의 전초기지다. 무너지면 우리 산업과 국가가 위태로워진다. 지금은 증권업을 발전시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그 중심에 선 증권사 직원들의 나태한 마음이 증권업의 성장판을 닫을까 두려워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