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관심이 신흥국시장으로 집중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보유국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한 영향이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시장을 지목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신흥국펀드 ‘주목’
지난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브라질펀드는 연초 이후 35.6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남미신흥국펀드와 러시아펀드가 각각 22.18%, 17.42%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가 각각 -0.44%, -6.47%의 수익률로 하락세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원유생산과 재고 감소추세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유가가 오르면 자원국을 중심으로 신흥국경기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시장은 아시아 신흥국이다. 전문가들이 하반기에도 동남아시장의 강세현상이 주효할 것으로 내다보는 만큼 저금리시대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주요국의 추가 부양책이 발표되면 위험자산 선호가 더욱 강화돼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동남아펀드의 지난 6일 기준 연초 수익률은 11.25%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펀드다. 베트남펀드는 최근 3개월 동안 11.31%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신흥국펀드 중 브라질펀드 12.66%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담아라
베트남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강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은 인프라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매력적인 인구구조(평균연령 28.2세)를 갖춰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베트남 중산층 인구 성장은 아시아 신흥국의 관심과 투자확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도 시장성장 기대감이 높다. 인도네시아는 인프라시장 확대에 걸림돌이었던 정치적 이슈가 해소돼 고성장세가 기대된다. 안홍익 트러스톤자산운용 본부장은 “인구 2억6000만명의 동남아 최대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오랜 기간 이어진 군부 통치가 해소됐다”며 “수많은 섬을 중심으로 낙후된 항만 인프라시장 발전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펀드의 비중은 1년 만에 3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설정된 동남아펀드는 총 75개다. 같은 기간 신규설정된 423개 해외주식형펀드의 18%에 해당한다. 전년 동기 신규설정된 241개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동남아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6.6%(16개)에 불과했다.
이처럼 아시아 신흥국펀드로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동남아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연초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남아 주요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대였는데 2021년에는 6% 안팎까지 오를 전망이다.
◆신흥국펀드로 웃는 증권사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클래스는 역시 동남아펀드다.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 중 1년 평균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IBK자산운용의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주식]A’(12.75%)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재형아세안자 1[주식]’(6.59%)이 뒤를 이었다.
또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인디아자 2[주식](A)’(6.46%), 신한BNP파리바의 ‘신한BNPP더드림러시아자 1[주식](종류A)’(6.14%) 역시 6%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아세안자 2[주식](A)’(5.90%)와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자H[주식-파생]_Cf’(5.04%)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증권사들도 신흥국 투자에 집중해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증권사 대부분이 신흥국 투자에 집중했다. ISA 출시 후 누적수익률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은 신흥국 주식형펀드 투자비중이 50% 이상이다.
수익률 1위를 차지한 HMC투자증권 ‘수익추구형B2’와 3위인 메리츠종금증권 ‘ISA 고수익 지향형 A’는 대부분을 신흥국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HMC투자증권은 중국, 인도 등에 집중했다. HMC투자증권 ‘수익추구형B2’는 중국 주식형펀드에 30%, 신흥국 주식형펀드에 20%, 아시아·태평양 주식형펀드에 30%를 분산투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베트남·브라질·러시아 관련 펀드에 투자가 몰렸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베트남증시가 8% 넘게 오른 덕에 수익률이 높았다. ‘ISA 고수익 지향형 A’는 한국투자베트남과 삼성미국주식형펀드를 각각 20%씩 담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좋았던 모델포트폴리오를 보면 5~10%씩 베트남·브라질·러시아 등을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장상승 타이밍이 맞았던 지역을 골라 분산투자한 게 고수익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브렉시트 발생으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로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해당 펀드의 전망이 밝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년 이상 장기적인 수익률이 집계돼야 진정한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1년이 지나야 운용실적이 명확해진다”며 “브렉시트,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큰 이벤트가 반영되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