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판매 1위에 오른 현대차 포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내수자동차의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개소세 인하 연장으로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자동차시장의 호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이 개소세 인하혜택이 끝났다고 여긴 지난 1월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고, 전월 대비 38.5%나 급감한 바 있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연장하며 2월부터 다시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개소세 인하가 끝난 뒤 '소비절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공격적 프로모션 '안간힘'


완성차업체들은 판매절벽을 우려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일부 구형차종의 경우 개소세 인하 당시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현대차는 무이자할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6쏘나타(하이브리드 포함), 2015그랜저(하이브리드 포함)에 60개월(선수율 30%) 무이자할부 또는 5~7%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형 제네시스는 200만원 할인 또는 60개월 할부혜택이 있다. 기아차는 K3, K5, 스포티지를 구입하면 '휴가비 50만원 지원'과 '최저 1.5% 할부금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쏘렌토는 세이브 오토를 이용하거나 대금을 200만원 이상 먼저 결제하면 휴가비 30만원을 지원해준다.


현대차 쏘나타.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국지엠은 할인과 할부혜택을 동시에 제공한다. 스파크는 90만원, 크루즈 가솔린 모델은 190만원 등의 현금 할인과 동시에 50개월간 4.9%의 장기 할부혜택도 제공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시행을 계기로 QM3를 85만∼100만원 할인한 가격에 선보인다. 현금으로 구입하면 50만원의 추가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차종별로 최대 70만원까지 지원하는 노후차 교체 프로모션을 시행한다. 쌍용차를 소유한 고객이 기존의 차를 폐차하고 티볼리, 티볼리에어를 구입하면 3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시장 충격완화를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축되는 시장을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수입차의 경우 7월까지 개소세 인하를 자체적으로 연장하거나 6월 수입분에 대해 개소세 인하를 그대로 적용해 판매한다. BMW의 경우 통관·등록시점과 상관없이 7월에 BMW와 미니 전 차종에 대해 6월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FCA코리아와 푸조, 한국닛산 등은 일부차종에 대해 7월에도 개소세 인하 당시와 동일한 가격을 적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은 일단 6월 말까지 통관을 거친 차량에 대해서만 7월에 개소세 인하 적용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BMW 5시리즈. /사진=BMW 제공


◆노후경유차 개소세인하 효과는?
업계는 이번 개소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서 판매절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재연장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연장이 진행됐고 각계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개소세 인하 연장 카드가 다시 한번 나올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정부는 대신 친환경이란 명목이 있는 '노후경유차 조기교체 혜택'을 내놨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2006년 12월31일 이전에 등록한 경유차량을 폐차 등 말소등록하고 신규 승용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개별소비세 70%를 감면키로 했다.

이는 지난달까지 실시된 자동차 개소세 인하율(30%)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1대당 100만원의 개소세 인하한도를 고려하면 최대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최대 143만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얼마나 시장위축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년이 넘었더라도 대부분의 차량이 소비자 입장에서 중고차시장에 팔았을 때의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이 143만원에 미치지 않는 차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정부는 각 지자체에 경유차 조기 폐차 보조금을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지자체별 예산 부족으로 불투명한 상태다.

◆판매 긍정적 변수는 존재

그럼에도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변수들은 있다. 먼저 하반기부터 한-EU FTA에 따라 지난달까지 1.3%가 적용되던 유럽산 자동차 관세가 전면 폐지되며 독일차를 위시한 유럽 차종들의 가격이 내려갈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지난 1일부터 SUV라인업에 가격 인하분을 반영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 중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면허 획득자가 늘어나는 것도 자동차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찰은 운전면허시험 강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로 오는 30일까지 의견을 듣는다.

시험이 어려워지기 전에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몰리는데 이는 자동차 판매량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존에 개소세 감면이 적용돼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지 않은 하이브리드차와 경유차 등의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개소세 인하가 시행된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차는 3만2208대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적 개별소비세 혜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지난해 상반기 팔린 2만223대를 훨씬 웃돈 것이다.

경차 역시 업체들의 거침없는 할인전쟁에 개소세 인하혜택과 무관함에도 상반기동안 8만5553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8만1738대) 대비 4.6%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하반기 신형 모닝이 가세하면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