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 뉴 말리부 주행장면 /사진=한국지엠 제공


새로워진 쉐보레 말리부, 다섯 가지 자신감


야구에서 3·4·5번 타자를 일컬어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른다. 루상의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강타자들이 포진한 라인업이다. 어느 나라건 자동차회사들에겐 중형세단이 클린업 트리오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현대 쏘나타, 기아 K5가 대표적이고 르노삼성은 SM6라는 다크호스가 자리를 꿰찼다. 한국지엠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형세단 말리부가 4번타자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니아층을 확보한 탓일까. 요즘 올 뉴 쉐보레 말리부가 큰 관심거리다. 새로 나온 외제차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구형은 팀의 중심이었음에도 주전경쟁에서 점점 밀려 벤치신세로 전락했고, 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새로 태어나며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자신감이 배경이 돼 발표장소부터 남달랐다. 한국지엠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말리부의 출시장소로 미군 비행장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차선책을 고민하던 중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떠올렸고,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고척돔구장’을 활용키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서울시설관리공단의 도움으로 결국 이곳에서 새 차를 알리기에 이르렀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

◆자신감① 형님만한 덩치
우리나라 중형세단시장은 쏘나타와 K5가 압도했지만 최근 르노삼성 SM6가 돌풍을 일으키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에 새로운 말리부가 가세하며 중형차시장은 4파전으로 확장됐다.

새로운 말리부는 크다. 아니, 길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길이x너비x높이는 각각 4925x1855x1470mm다. 대형차에 육박하는 길이다. 휠베이스도 무려 2830mm다. 차세대 GM 중형세단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개발돼 구형보다 휠베이스가 93mm, 길이는 60mm 늘어났다. 폭이 조금 좁을 뿐 준대형차와 비교할만한 덩치다.

그럼에도 오히려 무게는 구형보다 130kg 가벼워졌다. 초고장력강판 사용비중을 늘리고 차체설계를 새롭게 한 덕분이다. 시승한 2.0 터보 모델은 1470kg이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운전석 /사진=박찬규 기자

◆자신감성능
시승차는 2.0ℓ 터보 모델이었다. 캐딜락 CTS에 적용된 적이 있는 4기통 2.0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53마력(ps, @5300rpm), 최대 36.0kg·m(@2000~5000rpm)의 토크를 뿜어낸다. 이에 맞물리는 변속기는 북미형의 8단이 아니라 3세대(GEN3) 6단자동이다. 복합연비는 ℓ 당 10.8km. 고속도로에선 ℓ 당 13.2km다. 연료탱크 용량은 62ℓ.

예전 말리부는 가속감을 즐기기에 아쉬움이 컸다. 새로운 말리부는 가솔린직접분사방식과 터보차저의 도움으로 가속페달을 밟는 ‘맛’이 생겼다. 정지상태에서 페달을 꾹 밟으면 힘이 넘쳐서 타이어가 헛돌며 출발한다. 가속할 때 느낌은 의외로 부드럽고 좋다. 거칠지 않아 패밀리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A필러 /사진=박찬규 기자

기분 좋은 하체도 인상적이다. 고속 코너링에서 차 뒷부분이 부드럽게 바깥으로 흐른다. 차가 뒤뚱거리지 않아서 다루기 쉽고 운전이 즐겁다. 휠은 19인치였다.
그리고 달릴 때 윈드노이즈(풍절음)는 줄였지만 반대로 휠하우스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구입 후 방음시공을 한다면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차를 몰 때 아쉬웠던 건 두꺼운 A필라와 큰 사이드미러다. 코너링 때 시야를 가린다. 뱅글뱅글 돌아서 오르내리는 주차장에선 불편했다. 평소 A필라가 얇은 차를 모는 점 때문에 더 불편했을 수도 있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인테리어 /사진=한국지엠 제공

◆자신감안전
신형 말리부는 포스코로부터 공급받는 초고장력 강판을 광범위하게 적용한 설계가 특징이다. 여기에 8개 에어백이 기본 적용된다.

최첨단 능동형 안전시스템을 적용한 말리부는 총 17개에 달하는 초음파센서와 장·단거리 레이더, 전후방카메라를 통해 차 주변을 수시로 살핀다. 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인테리어 /사진=한국지엠 제공

◆자신감④ 스타일

구형 말리부가 스포츠카 카마로에서 디자인 큐를 가져왔다면 새로운 말리부는 쉐보레의 새로운 스타일링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감각적인 라인과 극적인 비례감을 담아냈다.

또 차 후방의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LED 테일램프와 에어로 스포일러 기능을 고려해 디자인된 트렁크 라인, 그리고 언더바디 에어로패널이 차 하부의 공기흐름을 매끄럽게 돕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낮고 날렵한 차체가 자신감 넘치는 디자인과 만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인테리어는 쉐보레 듀얼 콕핏 인테리어를 재해석해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은 물론 스위치 버튼까지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했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기어노브 /사진=박찬규 기자

◆자신감⑤ 첨단품목
차선유지보조시스템(Lane Keep Assist System), 저속 및 고속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은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FSR ACC: Full-Speed Range Adaptive Cruise Control)과 연동해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을 경고한다. 사고가 예상될 땐 능동적으로 개입해 피해를 막는다.

스마트폰 쿨링 기능을 갖춘 무선충전시스템, 문짝에 숨어있는 우산꽂이 등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

◆홈런타자로 거듭날까
세련된 겉모양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차와 함께하는 내내 만족감을 주는 요소였다. 검은색으로 두른 그동안의 중형세단에서 탈피해 과감한 갈색 가죽을 곳곳에 썼다. 베이지톤의 밝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차를 다용도로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 부담스럽다는 평이 많다. 그런 면에서 브라운은 탁월한 선택이다. 다만 디자인에 비해 소재와 마무리가 아쉬웠다. 디테일에 더 집중하는 건 앞으로 홈런타자로 나서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닐까 싶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