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그 어느 재화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자동차 브랜드는 자사의 품격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플래그십’ 모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각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의 ‘오너’가 가지는 의미는 해당 브랜드에 있어 단순히 ‘가장 비싼 모델을 타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플래그십 모델의 오너 한사람 한사람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만들어내기 때문. 이런 관점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는 사람은 플래그십 모델의 오너다.
따라서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플래그십 오너에게 상품 이외에 서비스 측면에서 ‘특별함’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 서비스가 지향하는 방향성도 결국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런 마케팅은 단순히 바라보면 돈 많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구매를 유인하는 전략 쯤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이런 서비스는 한정된 고객과 소통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7시리즈 오너가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 들어온 많은 브랜드가 플래그십 오너에 대한 특화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BMW다. BMW는 지난해 10월 코드네임 G11(숏바디)과 G12(롱바디)의 6세대 7시리즈를 출시하며 ‘BMW 엑셀런스 클럽’(BMW Excellence Club)이라는 이름의 7시리즈 고객 전용 멤버십 서비스를 함께 들여왔다. 차량 서비스에서부터 문화 체험까지 아우르는 총 10가지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센터 입구.
지난 7월19일 ‘엑설런스 클럽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체험했다. 7시리즈 오너만이 연간 한차례씩 체험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최상의 드라이빙 스킬을 교육받을 수 있는 단기속성 과정이다.
프로그램은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 센터에서 진행된다. 일주일 전 전화를 통해 예약하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드라이빙 센터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서킷에서는 드라이빙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2014년 8월 오픈한 드라이빙 센터는 BMW가 아시아에 최초로 만든 드라이빙 센터이며 전세계에서도 3번째다. 이 드라이빙 센터가 설립되기 까지는 BMW코리아의 끊임없는 본사 설득이 있었다.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음은 물론이고 아시아에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첨병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줘야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드라이빙센터 건물로 들어서자 매니저가 다가와 이날 프로그램 일정에 대해 설명한다. 앞서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같이 단체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 여겼던 기자는 “다른 교육생들은 아직 안온거냐”고 물었는데, 7시리즈 엑설런스 프로그램은 단 한팀을 위해 진행된다고 한다. 7시리즈 고객에게는 23만㎡ 대지에 깔린 2.61km의 서킷을 혼자서 내달릴 수 있는 이른바 ‘황제 드라이빙’이란 선물이 주어지는 것이다.
◆황제 드라이빙
드라이빙에 앞서 준비된 개인 룸에서 프로덕트 지니어스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오너들이 미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7시리즈의 기능들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부터, 엑설런스 클럽 멤버로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후 1층으로 내려가 음주 여부 확인 등 간단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니 인스트럭터가 나타났다. 손성욱 인스트럭터는 카레이서 출신이자 현재 가톨릭상지대학교자동차모터스포츠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최고의 드라이빙 교육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사람에게 1:1로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손성욱 인스트럭터.
트랙으로 이어지는 길가로 나가니 750Li 모델이 서있다. 진짜 7시리즈의 오너는 자신의 차와 드라이빙 센터의 차량 중 사용하고 싶은 차량을 선택해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다.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한 법. 자동차에 앉아 드라이빙 자세부터 교정 받는다. 자세 교정 후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곧장 슬라럼과 긴급제동 코스로 향한다. 비단 7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이런 코스는 꼭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ABS 등 제어장치가 작동했을 때 놀라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거니와 오너라면 자신의 차의 제동거리에 대해서는 감을 익혀놓아야 한다.
수차례의 반복훈련으로 어느정도 감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서킷으로 향한다. 인스트럭터의 차를 따라 서킷의 레코드라인을 숙지한 뒤 인스트럭터를 태우고 본격적인 ‘황제 드라이빙’에 들어간다. 서킷에 나만 있다는 생각을 하니 레이서가 된 것 마냥 코너마다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마음껏 서킷을 달려보게 된다. 오너에게는 공도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내 차의 극한 성능을 끌어내 볼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다.
손에 땀이 나도록 서킷을 체험하고 나면 인스트럭터의 택시 서비스가 이어진다. 프로의 손에서 7시리즈는 또 다시 다른 차로 태어남을 느낄 수 있다. 이후 드라이빙센터에 마련된 고급스런 식사를 끝으로 드라이빙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종료됐다.
◆특화서비스로 완성한 방향성
‘드라이빙 럭셔리’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시된 6세대 7시리즈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판매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 모두를 잡으려다가 둘 다 놓쳤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BMW는 지난 4월부터 실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 서비스를 통해 ‘드라이빙 럭셔리’의 방향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비록 평상시 7시리즈를 쇼퍼드리븐으로 이용하더라도 마음속에 ‘드라이빙’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이 플래그십의 오너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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