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의 게임은 많았어요. 결국 피카츄의 힘이죠.”

위치기반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go)’의 흥행요인은 무엇일까. 게임업계에서는 ‘IP(지적재산권)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탄생 20주년을 맞은 포켓몬스터는 피카츄·파이리·꼬부기 등의 캐릭터를 앞세워 꾸준히 ‘덕후’를 양산했다. 여기에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주인공이 포켓몬 트레이너로 활약하는 스토리라인과 포켓몬 캐릭터 각각에 담긴 이야기는 전세계 어린이들을 포켓몬 세계로 끌어들였다.


포켓몬 고는 20년 동안 포켓몬 감수성을 간직한 ‘어른이’와 새롭게 덕후로 합류한 어린이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에서도 전세대를 아우르는 토종 캐릭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뽀로로. /사진=뉴시스 오제일 기자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가는 ‘뽀로로’

포켓몬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토종 캐릭터는 어린이 대통령 ‘뽀로로’다. 지난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뽀롱 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뽀로로는 10년 넘게 ‘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뽀롱뽀롱 숲에 모여 사는 동물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뽀롱 뽀롱 뽀로로>는 펭귄, 아기공룡, 사막여우 등의 동물을 캐릭터화해 동심을 파고들었다.
뽀로로의 강점은 귀여운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에 역량을 집중한 데 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해 5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했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담은 것.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된 ‘하늘을 날고 싶어요’ 편은 자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틀었다가 엄마들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가 올라올 만큼 유명하다.

뽀로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유튜브에서 전세계 키즈콘텐츠 분야 중 가장 많이 본 영상 1위를 차지했고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해외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이코닉스는 지난 18일 국내 AR서비스업체 소셜네트워크와 함께 뽀로로를 활용한 AR게임 ‘뽀로로 고(go)’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소셜네트워크는 뽀로로를 비롯해 라바, 뿌까 등 토종 캐릭터를 활용한 AR 색칠놀이 교육 애플리케이션 ‘스케치 팝’을 출시한 바 있다. 최중구 아이코닉스 전무는 “최근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소셜네트워크가 가진 빠른 추진력과 수년 전부터 뽀로로와 진행해온 다양한 경험으로 ‘뽀로로 고’ 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음의소리. /사진제공=네이버

◆신 대중문화, 웹툰 ‘마음의 소리’
웹툰 캐릭터의 활약상도 주목할 만하다. 10년간 인기리에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는 지난해 말 1000화를 넘기며 장수 웹툰으로 사랑받고 있다. 작가 자신을 캐릭터로 만든 조석과 그의 형 조준, 아버지 조철왕, 어머니, 여자친구에서 아내가 된 애봉이 등이 출연해 일상 속 개그를 선보인다.


그 결과 누적조회 수 50억, 회당 조회 수 평균 500만, 누적댓글 수 1000만의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아내 애봉이 캐릭터는 촌스러운 5대5 단발의 대명사가 됐다. TV에서도 종종 ‘애봉이 단발’이라고 나오니 <마음의 소리>의 영향력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시장에서도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캐릭터 인지도가 상승했다.

<마음의 소리>는 지난 4월 모바일게임 ‘마음의 소리 with 네이버 웹툰’으로 탄생하며 IP의 가치를 더욱 빛냈다. 당시 사전등록만 70만명을 기록해 흥행성을 입증했고 200여개의 스테이지와 요일 던전, PvP(플레이어간 대결)모드, 레이드, 길드전 등 풍성한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이다.

<마음의 소리>는 게임에 이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도 제작된다. 지난 19일 애니메이션채널 애니맥스를 통해 공개된 <마음의 소리>는 원작 웹툰 중 78편의 에피소드를 7분짜리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송을 시작했다. 웹 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올 가을 네이버에서 선공개된 뒤 KBS 2TV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포켓몬 고 열풍으로 AR과 접목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며 “네이버가 가진 IP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했다.


열혈강호. /사진제공= 대원씨아이

◆20년 연재, 스토리의 힘 ‘열혈강호’
탄탄한 스토리를 강점으로 하는 포켓몬스터에 대적할 만한 국내 장수캐릭터는 만화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994년 첫 연재를 시작한 <열혈강호>가 그 주인공. 한국 무협만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열혈강호는 무협지에 코믹과 섹시코드가 더해져 현재까지도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다.

<열혈강호>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지만 싸움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 ‘한비광’이 우연히 남장을 한 여검객 ‘담화린’을 보고 사랑에 빠지며 떠나는 무림기행을 다룬 만화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잘 짜여진 스토리로 20년 동안 독자를 매료시켰다.

국내 단행본 누적 약 540만부, 해외판 2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열혈강호>는 지난 2004년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되며 중국·대만·미국·베트남 등 전세계 1억명 이상의 회원 수를 확보했다. ‘열혈강호 영웅전’·‘열혈강호 무쌍’ 등 모바일게임도 출시돼 국내 만화 캐릭터와 게임이 접목된 성공사례로 꼽힌다. <열혈강호>를 발행하는 대원씨아이 측은 “<열혈강호>를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토종 캐릭터와 VR·AR을 접목하려는 분위기에 대해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포켓몬 고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캐릭터와 역사를 가진 스토리”라며 “위치기반 AR게임은 실사(현실지도) 위에 캐릭터를 겹칠 때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