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6(위)와 쉐보레 말리부. /사진=임한별 기자
올 상반기 국내자동차 시장 가장 핫한 키워드는 ‘중형세단’ 이었다. 한국 자동차의 대명사격인 ‘쏘나타’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이 시장에 르노삼성의 SM6와 한국지엠의 말리부가 투입되면서 피튀기는 경쟁을 치루며 차급 자체가 엄청난 성장을 거둔 것.
최근 업계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이와 같은 현상이 준중형 세단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준중형 세단은 아반떼가 기존의 쏘나타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시장인데, 한국지엠의 신형 크루즈와 르노삼성 SM4가 가세하며 중형세단만큼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SUV 시장에서 세단 일으킨 ‘중형세단 삼국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주류를 차지했던 중형세단은 최근 몇년동안 침체일로를 걸었다. 세단의 수요가 SUV로 넘어가면서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전세계 시장에서 SUV의 성장세는 무섭다. 재규어와 벤틀리가 SUV를 만들 정도다.
레저가 증가하면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SUV모델들이 인기를 끌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인데, 이런 실용성 이외에도 SUV는 하나의 패션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SM6와 신형 말리부는 중형세단 시장을 다시 일으켰다. 올 상반기 국산 중형세단 판매량은 총 11만3602대로 전년동기(9만1770대) 대비 24% 늘었다. 특히 지난달 판매량은 2만7411대로 전년동월 대비 60.8% 급증했다. 이는 개소세 인하 등으로 상반기 국내 자동차시장이 전년동기 대비 9.0% 증가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특히 3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SM6가 6월까지 약 4개월만에 2만7211대의 판매량을 보인 것은 놀라울 정도다. 르노삼성이 지난 2015년 한해동안 판매한 중형세단 수(2만730대)를 4달만에 가뿐히 뛰어넘었다.
4월27일 출시한 신형 말리부 역시 단 두달여만에 1만여대 가까이를 팔아치우며 지난해 구형모델 연간판매량(1만6382대)의 61%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런 중형세단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6와 말리부는 중형세단으로 출시됐지만 쏘나타·K5와는 차별화된 요소를 갖추며 기존 중형세단의 수요 뿐 아니라 ‘새로움’을 원했던 고객층까지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아반떼 노리는 크루즈·SM4
최근 업계의 관심은 ‘준중형 세단’으로 향하고 있다. 중형세단과 마찬가지로 티볼리, QM3, 트랙스, 투싼, 스포티지 등 B~C 세그먼트 SUV에 많은 고객층을 빼앗긴 차급이다. 쌍용차 티볼 리가 쓴 판매신화의 근간에는 준중형 세단 수요의 이탈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 신형 아반떼(AD)
이 차급은 또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9월 출시한 신형 아반떼(AD)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차급이기도 하다. 지난 상반기 국내시장에서 아반떼는 5만2175대가 판매되며 전체 승용차량군중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이 시장에 한국지엠의 신형 크루즈, 르노삼성의 SM4가 합류할 것이 가시화되며 중형세단 시장에서 일어난 ‘차급 일으키기’가 재현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먼저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를 올해 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는데, 차체 길이를 늘리고 전고는 낮추는 등 디자인을 완전히 탈바꿈해 온라인상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함께 르노의 신형 ‘메간’도 국내에서 SM3 후속으로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최근 르노삼성이 QM5의 후속인 꼴레오스를 국내에서 QM6로 출시할 것으로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SM4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것이 유력해보인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중형세단 시장과 마찬가지로 준중형세단 시장이 내년 쯤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는 객관적으로 정말 잘 만든 차 이지만 슈퍼노멀이라는 콘셉트가 말해주듯 개성이 있는 자동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SM4와 크루즈가 파고들 틈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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