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가 시작된다. 20년 후면 생산가능인구가 지금보다 700만명이나 줄어든다. 일본보다 두배 이상 빠르게 '인구절벽'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22%에 이르는 1395개 학교의 올해 입학생이 10명 미만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초등학교 4곳 중 한곳이 저출산으로 폐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월 '제3차 저출산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추가로 '저출산 보완대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보완정책에 따라 난임치료 지원을 모든 소득 계층으로 확대하고 남성육아휴직수당을 월 최대 200만원씩 3개월까지 지급한다. 다자녀 가정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혜택과 국민임대주택 입주 시 우선권이 주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출산장려예산 150조원 썼지만…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산장려 대책에 150조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는 20조원 규모가 편성됐다. 국민 1인당 40만원꼴로 저출산 대책에 일조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쏟아부은 비용에 비해 저출산 대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저 1.1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2012년 1.297명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올해는 1.2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산아 수다.

출산 건수도 문제지만 혼인 건수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장기 불황으로 출산은 물론이고 결혼이나 연애조차 꺼리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5월 누적 혼인건수는 12만건 이하로 떨어졌다. 결혼식이 가장 많은 5월 기준으로도 지난해보다 혼인 건수가 8.6% 줄었다. '5월의 신부'란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대책이 장기 불황 등 경제적·사회적 시대상황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불임 때문에 고생하는 부부에게 관련 시술을 지원하거나 남편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출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제로투세븐 등 유아용품 관련 기업의 주가가 들썩거린다. 출산대책의 효과로 출산율이 높아져 유아용품 관련 기업의 매출도 늘어난다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저수준이다. 따라서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육아용품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를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의 두자녀 허용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육아 관련 종목의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의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자녀 정책 허용에도 둘째 자녀를 원하는 중국인 가구는 29%에 불과하다. 두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같다. 중국인 71%는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출산율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UN 자료를 찾아보니 2015년 기준 글로벌 합계출산율은 2.5명으로 하락세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는 1.9명이다.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일부, 오세아니아 일부 섬 지역만이 평균 이상 출산율을 유지할 뿐이다. 2045년에는 글로벌 평균출산율도 2.5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출산정책에 큰 기대감을 갖고 주식이나 창업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육아용품시장에 주목하기보단 출산율 저하에도 반전의 스토리를 쓰고 있는 분야에 주목할 때다.

◆'웰본' 현상에 명품키즈 급성장

육아용품시장 중에서도 명품키즈 산업은 계속 커지고 있다. 명품키즈를 중국에선 소황제·소공주라 부르며 영어로는 골드키즈라고 표현한다. 외동으로 태어나 공주·왕자 같은 대접을 받는 아이를 VIP에서 유래된 VIB(very important baby)라고 부른다. 버버리나 디올 등 명품브랜드는 유아·아동용 명품 라인을 오래 전부터 키웠다. 고가의 먹거리 유기농시장에서도 유아용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명품 키즈시장에 진입한다. 임신과 동시에 2주에 100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대기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임신 때부터 예약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가 임신 때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회현상을 '웰본'(well-born)이라고 한다. 웰본 현상이 극대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명품 로고가 박힌 젖병이 10만원 이상의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유명 연예인이 사용해 화제가 됐던 유모차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없어서 못 살 정도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명품키즈 트렌드에 주목한다. 신세계 분주니어, 리틀그라운드 등 '프리미엄 키즈 셀렉트숍'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수입 아동복 매출은 2015년 대비 18% 증가했다. 최근 엄마와 아이가 명품을 커플로 입는 '미니미룩'(Minime Look)의 인기가 확산되면서 성인용 명품브랜드들이 앞으로 키즈시장을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에도 성장하는 명품키즈시장에서 투자 팁을 얻어야 한다. 명품 라인에 강한 유통망은 역시 지리적 위치와 네트위크에 기반한다. 굳이 주식을 꼽자면 현대백화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면세점사업이 없다는 것도 호재일 수 있다.

해외기업 중에도 주목할 기업이 있다. 유모차계의 벤츠라 불리는 그라코, 이동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아프리카, 미국내 인기 1위 브랜드 베이비조거를 모두 한 기업이 소유했다. 또한 시장점유율 1위 젖병인 누크까지도 같은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명품 유아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기업은 바로 뉴웰 브랜드(Newell Brands)다. 아웃도어계의 명품 콜맨, 향초 계의 신화인 양키캔들, 문구류의 가장 오래된 명품브랜드 파카도 소유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