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덤핑 규제에 발목잡힌 국내 철강업계가 복잡한 국제정세에 휘말려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게다가 내수시장은 구조조정 논란과 함께 철강 공급과잉 책임공방까지 벌어진다. 이 틈새를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파고드는데 대책이 없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신흥시장을 노리지만 해외 경쟁업체도 마찬가지 전략이어서 쉽지만은 않다. 국내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고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기다. 한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3사의 핵심 경쟁력을 짚어봤다.

파이넥스 공법으로 만든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 공법개선, 희귀광물 추출, 경량화에 대응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비용을 줄였고 경량화 제품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FINEX)공법은 자연상태의 가루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기술이다. 포스코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존 용광로 공법에 비해 공정이 단순해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이란 평을 받는다.

1999년 파일럿 플랜트 가동에 이어 2007년엔 세계 최초로 연산 150만톤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갖췄다. 이후 2014년엔 200만톤 규모 파이넥스 3공장을 가동했다.

고순도의 철강이 필요한 자동차강판은 경량화가 트렌드다. 포스코는 기존 강판과 비교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고장력강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철은 자동차를 만드는 최적의 소재로 꼽힌다. 튼튼하면서 다루기 쉽고 재활용률도 높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1973년 현대기아차, 대우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사에 열연코일을 판매했고 현재는 세계 톱15 자동차사에 모두 자동차강판을 공급 중이다. 90년대 일반 냉연제품 중심으로 일본에 수출을 시작한 포스코는 2000년대 생산능력을 키우고 미주지역 공급을 확대했다. 해외 생산기지 증설 및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자동차강판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31일에는 태국 라용의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과 IT공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아연도금강판은 내식성이 강해 IT제품과 자동차의 핵심소재로 꼽힌다.

아울러 리튬직접추출기술도 핵심자산 중 하나다. 리튬은 모바일기기와 전기자동차 등 ‘배터리’에 쓰이는 주 소재다. 리튬은 크게 광석과 염수(리튬이 녹아있는 액상 광물), 해수로 구분된다. 이 중 현재 가장 원가경쟁력이 높은 자원은 염수로, 전세계 리튬화합물 중 약 70%가 염수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그동안 리튬을 추출하려면 오랜시간 농축과정과 불순물 제거과정이 필수였다. 반면 포스코가 독자개발한 리튬직접추출기술은 염수에서 불순물을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고순도의 리튬화합물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기존 자연증발법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데 12개월이 걸렸지만 포스코의 신공법은 이 기간을 3개월 이하로 줄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냉연공장 /사진=머니투데이DB

◆현대제철 - 고품질 자동차강판이 핵심 경쟁력
현대제철은 건설용 봉형강류에 주력하며 전기로 기술을 쌓아왔다. 2010년 고로 가동 이후부터는 판재류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용 냉연제품이 대표적이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에 힘입어 판재류의 국내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늘어왔다. 2014년 28.1%였지만 지난해 31.6%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엔 34.3%로 올라섰다.

현대제철이 앞으로 주력할 제품도 자동차강판과 특수강이다. 이 회사는 현재 자동차에 필요한 모든 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용 고품질 소재공급에 주력해 수입산을 대체해 비용을 줄이고, 고객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봉형강 제품은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현대제철이 전기로 분야에서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주장이다.

컬러강판 앱스틸 /사진=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 - 알록달록 ‘컬러강’에 집중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이 주력제품이다. 시장성이 떨어진 후판공장을 폐쇄하는 등 핵심역량을 한데 모으는 중이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최근 공장을 증설해 연간 75만톤으로 늘어났다. 이 제품을 만드는 부산공장은 세계최대규모의 컬러강판 생산기지로 꼽힌다. ‘럭스틸’과 같은 고급 건축 내외장재 컬러강판 브랜드 등으로 차별화했고 가격경쟁력과 품질 등 질적 측면에서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해 컬러강판분야 1위다. 컬러강판은 IT제품과 건축자재로 주로 쓰인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 총 25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톤 생산능력의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했고 9월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투자로 양이 늘어난 것과 함께 보다 두꺼운 후물(철 및 비철제품) 두께 3㎜, 광폭 1600㎜ 규격의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점이 핵심이다.

고층건물에 쓰이는 내외장재는 구조강도를 충족시켜야 해서 두께 3㎜ 이상 제품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동국제강은 이번 신제품을 고층건물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제품은 제품 자체에 도장을 하는 방식이어서 커튼월 등 건축자재를 설치한 뒤 별도의 도장작업이 필요없다는 강점이 있다.

◆세계시장 흐름에 동참해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은 물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쟁력이 높은 곳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큰 틀에서의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