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애플의 하반기 기대작 ‘아이폰7’이 공개되는 시기와 맞물려 더욱 관심이 쏠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패블릿폰 ‘갤럭시노트7’과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9’ 등 경쟁사들의 신작이 더해져 올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은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V20을 실은 ‘조준호 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G5 실패, 4분기 연속 적자
지난 3월 조 사장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2016에서 “우리는 제품 스펙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삼성전자와 애플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조 사장의 발언은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두고 한 말로, 실제 G5는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며 LG전자의 스마트폰 전성기를 되찾을 ‘방향키’로 주목받았다. 주변기기인 360도 캠, 360도 VR, 롤링봇, 스마트 컨트롤러 등 8종의 프렌즈와 결합해 취향에 맞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애플이 만들어온 스마트폰의 틀을 바꿨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 G5는 지난 7월 누적 판매량(출하량 기준) 210만~250만대를 기록, 시장 기대치인 300만~350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적도 악화됐다. 올 2분기 MC사업본부는 매출 3조3258억원, 영업적자 1535억원으로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조 사장은 MC사업본부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를 단행했다. 지난 7월 조 사장은 직속으로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를 신설하고 ‘G시리즈 PMO’, ‘V시리즈 PMO’를 나눠 각 시리즈 모델의 상품기획·개발·생산·마케팅까지 사업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스마트폰 제조 관련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MC선행상품연구소, MC품질경영FD, MC마케팅커뮤니케이션FD 등도 자신의 휘하로 가져왔다. MC선행상품연구소는 앞으로 출시될 전략상품을 연구하는 조직이며 MC품질경영FD는 제품 재고를 담당한다. MC마케팅커뮤니케이션FD는 영업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조 사장은 세 부서의 중간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없애고 빠른 의사소통으로 급변하는 스마트폰시장에 발맞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적 부진에 조직개편 '승부수'
조 사장의 인력재배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조 사장은 내부 진단과정을 거쳐 고강도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조 사장은 당시 인력의 15~20%를 재배치했고 불필요한 조직을 없앴다. 이와 함께 기획, 개발, 마케팅, 인력이 포함된 조직이 특정 제품의 개발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중심의 개편을 단행했다. 팀별로 개발에 참여하던 기존의 ‘핸드오버’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조준호폰’으로 불린 ‘V10’ 출시 한달 후 진행된 조직개편으로 조 사장은 V10 시판과 함께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한차례 조직 슬림화 작업에도 MC사업본부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V10은 비디오·오디오 기능만 잠깐 주목받았을 뿐,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 상반기 G5의 실패로 조 사장은 또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일했던 방식을 혁신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가볍고 빠른 사업체질로 바꿔야 한다”며 지난해와 유사한 방식의 조직개편을 단행, MC사업본부의 인력을 줄였다. 지난달 공개된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MC사업본부 인원은 6983명으로 지난해 말 7460명, 지난 1분기 7286명보다 현저하게 줄었다.
◆세계 최초, 'V20'의 선택과 집중
업계에서는 LG전자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을 역임하면서 판매실적을 두배 이상 끌어올리고 직원들과 토론을 즐겼던 조 사장의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반기 신작 V20이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뿐 아니라 조 사장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에 조 사장은 ‘세계 최초’를 내세웠다. 구글 안드로이드OS 최신버전 ‘누가’를 세계 최초로 지원했고 잡음을 최고 50%까지 줄이는 ‘32비트 하이파이 쿼드 DAC’을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다양한 앱의 콘텐츠를 통합 검색할 수 있는 구글의 새 검색기능 ‘인앱스’도 세계 최초로 지원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구사했다. LG전자는 주력시장으로 한국과 미국을 선택했다. G5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마케팅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장을 좁힌 LG전자는 오디오와 비디오 마니아에 집중했다. 세계적인 오디오기업 뱅앤올룹슨과 손잡고 이어폰을 공동개발하는 한편 전후면 카메라는 광각과 일반 모두를 찍을 수 있도록 했다.
‘독특한 가치’를 내세우며 “V20은 최상의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조 사장. 그의 야심작이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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