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er Driving Pleasure’(진정한 운전의 즐거움). BMW의 브랜드 모토다. 제품에도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BMW차는 역동적이란 인식이 강하다. 물론 운전의 즐거움엔 여러가지가 있다. 단지 차를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재미가 즐거움의 전부는 아니다. 같은 양의 기름으로 남들보다 멀리 달리는 것, 어떤 험한 길이든 자신감 있게 다닐 수 있는 것, 가족과 함께 편안히 대화하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운전의 즐거움이다.

최근 BMW가 강조하는 가치는 ‘JOY’다. 단순한 탈것을 넘어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즐거움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틈새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빽빽한 라인업을 구축한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과연 이런 차를 누가 살까’ 싶은 변종들도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사진제공=BMW

◆BMW는 시승행사도 달라?
BMW그룹코리아는 2007년부터 연말마다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라는 미디어 대상 시승행사를 연다. 한해 동안 출시된 주요 차종을 충분히 타며 브랜드 철학과 제품특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교통법규나 안전장비 등 운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부분만 제한할 뿐 특별한 제약이 없어 참가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운 행사다.


올해는 지난 9월20일 제주도에서 행사가 열렸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카본프리’를 선언한 제주도와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BMW의 기본가치가 일맥상통한 데다 전기차 i3 등의 첨단기술을 과시하기에 최적의 장소여서 이곳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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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의 원조, 고성능으로 거듭나다
먼저 탄 건 1억4160만원짜리 X6 M50d다. X6는 쿠페형 SUV로 BMW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로 분류한다. X6 M50d는 X6의 디젤모델 중 가장 강력한 고성능 라인업이다.

배기량 2993cc의 직렬 6기통 트윈파워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1마력(@4000~4400rpm)이며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000rpm까지 75.5kg·m의 강한 힘을 뿜어낸다. 여기에 8단자동변속기와 BMW만의 사륜구동기술인 X드라이브가 더해진다.

한라산을 지날 때 진가가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묵직한 힘이 가슴을 압박한다. 75.5kg·m의 토크는 가솔린 중형차 3대의 힘과 맞먹는 수치다. 오르막길이 평지처럼 느껴질 정도다.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며 자세를 유지해주는 부지런한 서스펜션과 똑똑한 사륜구동시스템 덕분에 구불구불한 길도 거뜬하다. 이런 움직임은 275/40R20규격의 광폭타이어도 한몫했다. 타이어 1개가 땅에 닿는 면적은 13인치 노트북 길이와 비슷하다.


이어 탄 건 X6 M이다. BMW차에 M이 붙으면 ‘쎈’ 녀석이다. X6 M은 X6의 가솔린 고성능 버전이다. M처럼 보이도록 각종 에어로파츠와 인테리어 구성품을 장착한 게 아니라 실제 성능을 높인 차다.

X6 M은 생김새부터 약간 다르다. 사이드미러와 범퍼는 공기역학을 고려하며 존재감을 뽐내도록 디자인됐고, 곳곳에 M 레터링을 새겨놓음으로써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다른 차종과 구분되는 가장 명확한 근거는 ‘소리’다. 배기음이 우렁차다. 배기량 4395cc의 8기통 M 트윈파워터보 가솔린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75마력(@6000~6500rpm), 최대토크 76.5kg.m(@2200~5000rpm)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8단 M스텝트로닉이며 마찬가지로 BMW의 사륜구동시스템 X드라이브가 적용됐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춰서기 위한 브레이크시스템도 신경 썼다. 과격한 운전에도 꾸준히 성능을 유지하도록 앞바퀴엔 브레이크 디스크를 잡아주는 6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됐다. 타이어는 285/35ZR21규격의 미쉐린 파일럿 슈퍼스포츠가 끼워져 있다.


장성택 BMW코리아 상무(대한민국 명장). /사진제공=BMW

◆자동차명장의 특강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하이라이트, 장성택 BMW코리아 상무의 특강도 마련됐다. 그는 수입차업계 최초로 대한민국명장에 이름을 올린 기능한국인, 차량기술사, 자동차정비기능장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만큼 입담도 명장급이란 평을 받는 그는 어려운 자동차 기술과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풀어서 전달한다. 올해는 자동차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코리아 연구개발(R&D)센터 이사는 BMW의 미래 혁신의 중심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꼽고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출시될 차종을 테스트하며 한국형 품목을 개발한다. 현재 8대가 테스트 중이며,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많았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꾸준히 개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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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슈퍼전기차 i8
다음날 i8을 시승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스포츠카다. 낮고 넓은 차체에 특유의 공기역학디자인이 더해졌고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뼈대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겉보기엔 꽤 큰 엔진이 탑재됐을 것 같지만 사실 1.5ℓ 3기통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다. 무게(공차중량)는 1485kg다. 배터리를 차 바닥에 설치하고 전기 구동계를 뒤에 배치해 앞뒤 밸런스가 좋다.

아무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해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밟는 맛, 듣는 즐거움을 충분히 담아냈다. 8기통 엔진에 버금가는 우렁찬 배기음이 들린다. 밖에선 들리지 않고 차 안에서만 느껴지는 소리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지만 속력을 높이면 꽤 자연스럽게 들린다.

낮고 넓고 가벼운 차체와 함께 공기를 쥐락펴락하는 공기역학디자인은 주행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가치다. 천천히 달릴 때나 빠르게 달릴 때나 즐거움을 준다.

◆설립 100주년 의미 더해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정말 운전만 하는 대규모 시승행사다. 온종일 차만 탄다. 타기 싫으면 더 타고 싶은 사람에게 양보하면 된다. 올해는 시승차 25대가 마련됐고 이 중 19대는 서울에서 가져왔다. 총 10대가 동원된 전기차 i3 중 6대는 현지에서 렌트했다. 전시용 차는 2대, 운영차는 6대다.

마침 올해는 BMW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BMW코리아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체험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특별한 행사로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100년을 이어온 브랜드 모토를 여전히 이어가겠다는 고집과 자신감이 확연하게 드러난 행사로 기억될 것 같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