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S DB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인 두산밥캣이 오는 21일 상장한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최근 침체된 공모시장 분위기에 눌려 흥행에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두산밥캣의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IPO로 재무구조를 단번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밥캣 IPO, 인기 끌 수 있을까

두산밥캣은 이번 상장에서 최대 2조4500억원을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밴드 4만1000~5만원에서 최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모을 수 있는 자금이다.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의 4조9000억원에 이어 국내증시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의 소형건설장비 회사인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에 4조5000억원으로 인수됐다. 두산밥캣 상장은 인수 당시부터 두산인프라코어가 계획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일부 지분을 대상으로 Pre-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를 실시해 7000억원의 유동성을 조달한 바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돼 기업가치가 높아졌을 때 두산밥캣을 상장하기 위해 10월을 상장 시기로 선택한 것이다. 두산밥캣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 신뢰도를 높이면서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의 실적이나 속해있는 건설장비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글로벌 소형건설장비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지위를 보유했다. 북미 주택시장회복에 힘입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4.7%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밥캣은 건설장비 생산기업 중에서 브랜드 선호도 1위, 순수고객추천지수(NPS) 1위 기업으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했고 장기간의 딜러 파트너십을 통해 판매 경쟁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실제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 35억7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 영업이익 3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12.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3%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1501억원, 영업이익 2348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두산밥캣의 공모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 실제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DIBH)에서 사명이 변경된 것이다. DIBH는 2014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회사로 두산밥캣을 지주사로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목적회사(SPC)다. 두산밥캣은 북미와 유럽 등 20개 국가에 31개 자회사를 뒀다.

이 때문에 두산밥캣의 공모가 산정을 위해 동종업계 PER(주가수익비율)을 구할 때 미국의 캐터필러와 일본의 코마츠로 선정했다. 이 두 회사의 주가로 산출한 평균 PER인 25.31배에 두산밥캣의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해서 곱하고, 7.7~24.3%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 희망가를 구했다.

한국거래소와 주관사는 두산밥캣의 주요 매출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해외 경쟁기업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사기업이 코스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두산밥캣의 지분 66%를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IPO로 최대 1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5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공기사업부 매각 등으로 올해 상반기 4조1000억원으로 낮아졌고 두산밥캣 상장 이후에는 3조원대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확정공모가액 수준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간 재정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두산밥캣의 희망공모가 수준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 있음을 감안할 때 단기매매(Trading buy)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