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듯 상하이는 황푸강을 기준으로 동쪽의 푸동과 서쪽의 푸시로 구분된다. 이 중 푸동은 덩샤오핑의 지도에 따라 ‘홍콩을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 금융경제구역’으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탄생했다. 그야말로 중국 발전을 과시하는 ‘풀 메이크업 얼굴’인 셈이다. 세계 각국의 금융기업이 즐비한 상하이 푸동에 태극기를 꽂은 한국계 은행을 찾았다.
◆우리은행, 첫 진출한 한국계 ‘따거’
#. 중국 상하이 푸동 세기대도에 위치한 우리은행 상하이 분행. 건물 1층에 들어서자 우리은행 영업창구가 보인다. 창구는 방탄유리로 막혀있다. 현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우리은행 직원은 설명했다. 그 옆에 자리한 기업 여신·해외송금 관련 창구에는 유리막이 없다. 시간은 낮 1시(현지시간)를 가리켰다.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영업창구는 조용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중국 현지에 진출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상하이에 자리 잡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뱅킹, 직불카드 발급, 파생상품 허가취득 등 각종 분야에서 한국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죠.”
이영주 상하이 분행 부분행장은 우리은행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은행은 중국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은행의 ‘따거’(큰형님)로 통한다. 1992년 한·중수교 체결 후 1995년 7월 중국 상하이에 첫발을 디딘 한국계 은행이기 때문이다.
이후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07년 11월 한국계 은행 최초로 현지법인인 ‘중국우리은행’을 설립하며 중국인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인터넷뱅킹을 시작했고 2009년에는 직불카드를 선보였다. 모두 한국계 은행 최초로 시도한 전략이었다.
특히 우리은행 상하이 분행은 중국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은행 중국진출의 첫 무대였을 뿐 아니라 총영사관의 주거래은행이며 상하이 내 한국계 은행의 총 기업여신 중 40%가량을 차지할 만큼 그 규모와 영업력 면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우리은행이 KEB하나은행과 함께 상하이에서 원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선정돼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교환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한중간 경제교류의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원화는 국외에서 전혀 거래되지 않았다. 기업과 개인은 미국 달러화를 매개로 ‘위안화-달러화-원화’ 구조로 거래해야 했다. 따라서 거래비용(환전수수료)이 높아지고 거래시간도 길어지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런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상하이 분행에서 원화와 위안화를 맞바꿀 수 있게 됨에 따라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영주 부분행장은 “중국과 교역하는 기업 입장에선 중간에 달러를 거치면서 수반됐던 비용과 복잡한 업무처리, 환노출 위험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중간 무역결제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정부는 상하이에 4개의 자유무역지구를 지정하고 2020년까지 상하이를 제2의 홍콩,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자유무역지구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해 수출입금융에 특화된 금융을 지원함으로써 국내외 우량기업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동시에 현지인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 직불카드는 현금 입출금, 물품 구매기능만 갖춘 중국 직불카드와 달리 가맹점 할인, 포인트 적립, 수수료 면제 등 한국의 신용카드와 같은 다양한 부가혜택을 제공한다.
이 부분행장은 “한국계 은행들이 자산규모 위주로 따지는 세계랭킹 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저평가되는 면이 있다”며 “사이즈(자산규모)가 아닌 금융상품 전략 및 서비스로 따진다면 글로벌은행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 현지화로 승부한다
KEB하나은행 상해분행은 푸동 류자주이 금융무역구 지역에 있다. 1층이 아닌 33층에 자리 잡은 이유는 직접 창구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는 분행 특성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기업영업 위주의 업무 특성상 33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 효과도 비교적 큰 편이다. 대신 지행 영업창구는 1층에 뒀다.
하나은행은 현지화 전략에 모험을 걸었다. 현지인 중심 고객 확대에 주력하여 최근에는 분행장을 현지인으로 선임했다. 상해 소재 지행 중에는 한국인 직원이 한명도 없는 곳도 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으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에만 최소한의 한국인 직원을 뒀다고 한다.
합병 전 하나은행은 2007년 중국 내 법인으로 전환된 후 꾸준히 현지화를 진행해왔다. 2014년 12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당시에도 전체 직원 850여명 중 한국인은 56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 860여명 중 33명만이 한국인이다.
정길영 하나은행 상하이 분행 본부장은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로 오랜 기간 구축해 온 해외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를 꼽았다. 정 본부장은 "중국 내 네트워크가 뛰어난 하나은행 중국 법인과 FDI(외국인 직접투자) 업무 역량이 높은 구 외환은행의 전문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KEB하나은행은 상품의 현지화 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최초로 원화무역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대출대상은 한국으로 송금 수요가 있는 기업이며 인민폐 금리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로 기업 입장에서 금리 메리트가 있어 7월말 출시 이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