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신조어 속에서도 최근 몇 년간 사회 현상이 반영된 신조어가 눈에 띄게 늘어 났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며 트렌드로 자리잡거나, 취업난, 최저 임금, 빈부 격차 등과 같은 경제적 불안과 어려움을 나타내며 시대 속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예로, 여성들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이 반영되며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 ‘걸크러시’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걸크러시’는 ‘소녀(Girl)’와 ‘반하다’는 뜻의 ‘크러시 온(Crush On)’을 합성한 말로, 걸크러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닮고 싶은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과 센스, 지성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해 일반 여성들의 롤모델로 여겨진다.
반면 지속되는 취업난으로 청년들이 스펙이나 경력을 쌓기 위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이나 월급을 받으면서 노동을 하는 현상인 ‘열정페이(열정+Pay)’나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인 ‘헬조선’은 한국 현실에 대한 불안과 절망이 담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한편,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유행으로 돌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한 단어로, 아이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놀리고 따돌릴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는 재력에 따라 사회적 계급을 나누는 어른들의 가치관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물든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신조어는?
10대 청소년의 경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대부분 신조어가 사용되고 스마트폰이나 SNS에서 자연스레 신조어들을 접하게 되면서 신조어가 일상 언어 생활에서 습관처럼 자리 잡게 된 경우가 많다.
먼저 특정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관용구를 ‘못하다’의 영어 조동사 『Can’t』와 합성하여 사용하는 ‘빼박캔트’가 대표적인 예다. 핵폭탄급으로 매우 재미가 없다는 뜻의 ‘핵노잼(핵+NO+재미)’도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합성을 한 신조어를 초성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거 진짜 사실이다.'라는 뜻의 '이거 레알(Real)'이라는 신조어를 초성으로 줄여 ‘ㅇㄱㄹㅇ’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며, ‘OO이면 무엇이든 좋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OO is 뭔들’은 이제 10대들뿐만 뉴스 기사 제목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보편화된 표현이 되었다.
◆ ‘원래는 대체 어떤 말이었나?’∙∙∙줄여서 알기 더 힘든 합성 신조어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간략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신조어에서도 줄임말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별 걸 다 줄인다’는 말까지 ‘별다줄’로 줄여 부를 만큼 문장이나 단어가 축소된 형태의 신조어들이 신속한 대화 방식에서 선호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 메시지(Facebook Message)를 줄여 이르는 말인 ‘페메’, ‘원칙이 없이, 그때 그때 다르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Case By Case’를 줄여서 하는 말인 ‘케바케’가 줄임말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게임을 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방에 들어와 게임에서 죽었을 때를 표현하는 말인 ‘엄마+크리티컬(Critical)’ 합성어의 줄임말 ‘엄크’,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 게으른 사람을 일컫는 말인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를 줄여서 부르는 ‘핑프’ 등의 신조어 또한 대표적인 줄임말로 꼽힌다.
윤선생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SNS가 발달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언어 사용이 이에 맞게 정착되면서 한글과 영어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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