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를 싫어할 경우 기준금리를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균형금리(자연금리)를 언급했다.
◆‘균형금리’ 언급, 몸 사리는 미국
균형금리는 완전고용 상태이면서도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에 근접한 경제상태의 금리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수급의 균형을 가져오는 장기적 의미의 금리수준을 말한다.
그러나 균형금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균형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실물적인 요인과 화폐적인 요인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 나라의 금융시장에는 일반적으로 자금의 원천과 성질, 용도, 신용도 등에 따라 상이하게 책정되는 여러 종류의 금리가 존재한다.
균형금리는 경기과열 없이 잠재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지만 이 균형금리는 잠재성장률과 장기 물가 목표치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피셔 부의장이 균형금리를 언급했다는 것은 기준금리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현재 기준금리가 자연금리보다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피셔 부의장은 “미국의 생산성이 약해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투자가 소극적이고 미국 이외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더 낮은 금리환경이라는 점도 균형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금리가 떨어지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게 된다. 피셔 부의장은 “균형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는 중앙은행이 내릴 수 있는 금리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갈팡질팡 연준, 연내 금리인상 낙관적
피셔 부의장의 균형금리 발언은 지난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과 묘하게 겹친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언급하면서 성장을 위해서는 고압경제 같은 일시적인 과열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고압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기업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고용 상황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옐런 의장과 피셔 부의장의 발언은 미국경제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음을 일깨운다는 점에 공통분모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의 여러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은 미국경제와 관련한 우려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상무부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을 웃돈 수치다. 앞서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전문가 예상대로 전월 대비 0.6% 증가했고 규모는 4598억2000만달러(약 521조원)로 집계됐다.
연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완만하거나 점진적인 성장속도가 나타났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여러 지역에서 앞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미미하거나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경제성장 전망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지역의 특정 업종에서는 임금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전반적인 임금 상승은 완만하고 꾸준하게 유지됐다”고 전했다. 이런 평가는 연준에서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사실상 예고한 가운데 제기됐다.
미국의 대표 고용시장지표인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은 지난 9월 15만6000개로 지난 8월의 16만7000개보다 줄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할 정도로 저조한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오는 12월1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산출한 오는 12월의 금리인상 확률은 81.4%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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