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여파’로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 3위(10월6일 기준) 자리를 내준 현대차의 주가가 하락세다. 지난달 현대차는 파업이 지속된 탓에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주력 모델 노후화까지 겹치며 역성장했다. 특히 내수와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지난해 9월 대비 각각 20%, 21%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료사진=머니S DB

◆현대차 파업, 주가에 ‘악재’
현대차 주가는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7월1일 기준 13만7000원이던 현대차의 주가는 7월21일 기준 12만8500원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2분기와 3분기 통틀어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달 들어 현대차의 주가가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하향곡선을 그렸다. 미국 리콜에 이어 인도 리콜까지 겹치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태풍 차바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공장 출고센터에 세워둔 차량 수십여대가 물에 잠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 이들 차량이 일반 고객에 판매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연이은 ‘악재’가 현대차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추락은 제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2014년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과 지난해 엔저 영향으로 시가총액과 주가가 하락했지만 배당 확대와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해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그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노조 리스크가 경쟁력과 주가를 갉아먹는 형국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서만 24차례 파업과 12년 만의 전면파업이라는 반갑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19일부터 이어진 현대차 파업으로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2조9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 주가도 하향곡선를 그렸다.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차질은 2009년 8월 이후 최대의 수출감소율(-24%)을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20% 감소했다. 해외판매도 국내 공장 수출분이 20.9% 줄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1994년과 2009~2011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파업을 했다. 지난해에도 파업이 이어지며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해를 넘기기 직전 임금·단체 협상이 겨우 타결됐다.

◆국내와 유럽·미국 공장 부진


현대차의 올 3분기 실적 부진 전망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현대자동차의 해외공장 출고량은 기대 이하인 6% 증가에데 그쳤다. 중국공장의 생산량이 16% 늘었음에도 유럽과 미국공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국내 역시 지난달 전체 공장 출고량이 2%가량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3분기 완성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의 국내 출고는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9.2%와 11.2% 감소한 13만1000대, 12만대를 기록했다. 기존 추정치(현대차 15만9000대, 기아차 12만1000대)를 크게 하회하는 결과다.

또한 최근 발표된 현대·기아차의 9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동월대비 1% 감소한 144만대를 기록했다. 채무상환비율(DSR) 기준으로도 지난해 동기 대비 1% 줄었다. 연환산판매대수(SAAR)는 지난해 동기 대비 2% 감소한 1765만대에 그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9% 감소한 1조3543억원을 예상한다”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 수요 부진과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이 컸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원가율 상승 등도 실적 부진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분기에 파업여파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올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는 800만대를 하회할 전망”이라며 “현대차 국내공장과 기아차 중국공장 판매가 전체 사업계획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선 반영된 악재로 주가 하락 제한적

현대차의 국내 부진은 10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수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와 파업의 영향이 지속되고 수출은 해외시장의 회복세가 더뎌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울산지역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가 공장가동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큰 변수다. 전반적으로 10월 실적과 주가가 지난달보다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국내공장의 부진을 해외공장이 어느 정도 만회할지가 관건이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신형 투싼의 판매가 부진했지만 다행히 소형차 재고 소진의 노력과 G80 판매로 지난해 9월 대비 4.1% 증가했다. 최근 현대차가 현지 공장에서 싼타페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지 소매 판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리콜과 파업 등 알려진 리스크가 이미 3분기 실적과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을 내놨다. 따라서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도 4분기에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은 아쉽지만 주가의 하락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환율과 파업에 따른 판매대수 감소는 이미 시장에 완전히 공개된 악재”라고 말했다.

또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에 불과해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한 상황”이라며 “파업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지만 현재 주가에 이 같은 악재가 이미 반영됐는 해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주가추이(단위=원) /자료=한국거래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