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탄핵. 최순실 비선실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가운데). 왼쪽은 당시 영부인 프란체스카, 오른쪽은 더글라스 맥아더 미합중국군 장군. /자료사진=뉴시스

하야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어제(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서 최순실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을 시인하는 등 비선실세 비리 의혹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대통령 하야, 탄핵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야(下野)란 시골에 내려간다는 뜻으로, 관직에서 내려온다는 의미의 말이다. 언론은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중도 사임한 이들에 대해서 하야란 표현을 써왔다. 대권주자로 평가되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민주당 긴급의총에서도 대통령 탄핵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방 후 우리나라 정부에선 모두 3명의 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으로, 1960년 재임 중 4·19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사법살인으로 평가받는 정치라이벌 조봉암 진보당 당수 처형, 집권연장을 위한 조기선거 실시 등 이승만 정권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4·19혁명이 발생했다. 의거가 유혈사태로 번지고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자 27일 이승만 대통령이 결국 하야한다.


하야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이어졌다. 4·19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 군사정변으로 하야하게 된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당시 유혈사태가 번질 것을 우려해 하야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번째 하야 대통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대통령직에 오른 최규하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중심이 된 신군부 세력의 1979년 12·12군사반란, 다음해 5·17 내란, 이어진 5·18광주항쟁 사태 등에서 권한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그해 8월16일 하야했다. 역대 최단기 대통령이었다. 이후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5공화국 체제를 열고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처럼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하야 역사는 독재 세력이 실권을 장악하고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져왔다. 대통령 하야의 역사는 사실상 민주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한편 이번에 비선실세 의혹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의 딸로, 최근 미르재단 설립 논란을 시작으로 딸 정유라씨 대학 특혜 논란 까지 더해져 정권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부터 대통령 연설문 등 국정개입 논란까지 추가로 보도되면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