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3년 연속 연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유한양행의 앞길에 안개가 짙게 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 9643억원으로 외형상 업계 선두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익은 녹십자에 밀리고 신약 개발 실패에 따른 주가 하락, 4분기 주요 수입약 재계약 불확실성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널려있다. 화려한 외형 이면에 가려진 불안요소를 살펴봤다.
◆매출에 비례하지 않는 이익
지난달 27일 유한양행이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밝힌 3분기 실적은 매출액 3596억원, 영업이익 159억원, 당기순이익 4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6%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 83.6% 감소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신약 개발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비가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한올바이오파마 주식 처분에 따라 발생한 차액(203억원)이 지난해 3분기 이익에 반영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익은 줄었지만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9643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 2014년 매출 1조174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1조 관문을 넘은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도 매출 1조1287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1조클럽’에 가입했다.
유한양행의 외형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전문의약품부문의 성장이다. 3분기까지 길리어드로부터 도입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031억원)와 면역결핍(HIV)치료제 ‘스트리빌드’(194억원),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도입한 당뇨치료제 ‘트라젠타’(730억원)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해당 부문 매출이 6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늘었다.
제약업계 ‘빅3’ 중 나머지 2개사인 녹십자의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8769억원, 한미약품은 7106억원이다. 매출은 유한양행이 1위지만 누적영업이익은 519억원으로 녹십자(694억원)에 이은 2위다.
매출에 비례한 이익이 나지 않은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신약 개발의 잇따른 실패다. 유한양행은 3분기 실적 공시 직후 공동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2009년 도입한 퇴행성디스크치료제(YH14618)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공률이 약 30%에 불과해 ‘마의 관문’이라 불리는 임상 2상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것. 유한양행 측은 “임상 2상 결과에 위약(가짜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YH14618은 증권가에서 유한양행 파이프라인 중 기술수출 기대감이 가장 큰 신약후보물질로 꼽혔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한양행의 공든 탑은 임상 중단으로 물거품이 됐다. YH14618 개발 실패에 이어 고혈압복합제(YH22189) 임상도 중단됐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8일 “성분간 충돌을 이유로 YH22189 임상을 중단하고 앞으로 성분 비율 재조정을 거쳐 새로운 물질(YHP1604) 임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틀 새 주요 파이프라인 2개를 잃어버린 셈이다.
고혈압치료제시장은 최근 단일제에서 2제 복합제를 거쳐 3제 복합제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3제 복합제 개발로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고혈압치료제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유한양행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이번에 고혈압복합제 개발 계획을 수정하며 3제 복합제 개발 속도전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일동제약, 종근당 등 다른 제약사들이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 실패 이은 수입약 변수
악재가 겹치며 이슈에 민감한 주가는 즉각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7일 25만2500원에서 4거래일 만에 18%가량 폭락하며 20만8000원대로 주저앉은 것.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으며 신약 개발에 공을 들였던 이정희 대표가 책임 경영 강화와 주가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달 31일 사재 1억1232만원을 출연해 자사주 5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4200만원을 투입해 200주를 추가로 매입했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4분기에는 주력사업인 수입약 계약 기간만료라는 또 다른 불안요소도 대기 중이다. 연간 8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의 공동판매 계약이 올해까지다. 지난 8월 독점 판매 기간이 종료된 트윈스타를 대체하기 위해 20여개 제약사가 연말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노리고 있어 트윈스타로 올린 매출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7월28일 중국 ‘뤄신’에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신약후보물질 YH25448 기술을 이전한 것에 대한 계약금 600만달러(약 69억원)가 4분기에 입금될 예정이지만 이 이슈는 이미 주가에 선 반영돼 주가 회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도 “4분기 이익 부진을 만회할 별다른 이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연간 매출액의 60% 이상을 수입약부문에서 올리는 만큼 특허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전체 사업의 위험요소로 작용한다”며 “매출 하락을 피하기 위해선 또 다른 대형 수입약을 들여오거나 제네릭부문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야 하지만 수십개 제약사가 같은 분야에서 경쟁 중이어서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