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짧은 시간동안 우리나라 O2O 비즈니스 중 가장 많은 발전을 거듭한 ‘자동차 관련’ 분야에 기대감이 상당하다.
이동성에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한 우버부터 자동차 정비 및 수리, 중고차나 신차의 구입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O2O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O2O 비즈니스의 대표적 업체인 카카오는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카카오드라이버 등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양한 산업들을 연계시키겠다는 것. 카카오가 지난해 자동차 수리앱인 ‘카닥’을 인수한 것도 이런 방향성의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연계해 오프라인의 이동성(mobility)을 향상시키는 것은 O2O 비즈니스 초기부터 가장 주목받은 분야”라며 “이와 연계해서 중고차 거래, 자동차 수리, 애프터마켓, 주차 등 정보 비대칭이 심한 분야들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O2O 업체, ‘수익성 찾기’ 혈안
하지만 최근 자동차 관련 O2O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감이 업계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각 분야 선두 기업마저도 본격적인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시장이 미성숙한 것은 물론 사업구조 자체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인기를 끄는 서비스가 나타나면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은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O2O 비즈니스 공룡인 카카오 역시 수익성에 고심하기는 매한가지다. 현재 카카오가 시행하는 자동차 관련 O2O 사업 중 수익을 내는 것은 O2O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 뿐이다. 이마저도 수익발생 규모는 크지 않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카카오는 수익성 발굴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O2O사업 수수료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광고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카카오택시에서 수익성을 내기 위해 ‘업무용 택시 호출’이란 신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개별기업에 돈을 받고 업무용 택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
이외에 완성차 업체에 시승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하며 조금씩이나마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도 만들고 있다. 고객 시승을 제공할 인프라가 부족한 수입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카닥, 카수리 등 자동차 정비관련 O2O 서비스들도 기존의 중개 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출시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카수리의 런오일, 카닥의 카닥워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O2O의 가치에 회의
자동차 관련 O2O 사업이 직면한 문제는 수익성 부족 뿐만은 아니다. 당장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은 대부분의 창업자가 고려하는 사항이다. 창업자들을 유혹하는 가장 큰 요인은 O2O 비즈니스가 창출해낼 새로운 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초기에는 ‘투자금 까먹기’를 지속하더라도 이 사업이 내놓는 가치가 결국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영향력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야심차게 O2O 중고차 및 자동차 정비 관련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던 박창훈(가명)씨는 “O2O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창업을 보류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당장 돈을 벌어들일 수 없는 구조인 것을 알면서도 자동차 관련 O2O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이 서비스들을 통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사업 준비과정에서 이런 가치창출이 ‘허상’이었음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와 관련된 O2O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사업의 목표로 한다. 기존의 업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발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박씨는 “실제로 이뤄지는 자동차 정비 등의 O2O 사업들이 정보의 비대칭문제를 사실상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한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기존의 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소비자의 피해까지 유발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책임없는 운영은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해 사장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부분의 O2O 서비스가 단순히 ‘가격비교’에 치중해 있는 것이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범퍼의 판금도색을 원하는 소비자가 수리견적 비교등을 통해 가장 싼 업체를 찾아갔는데, 이 업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열처리 등 필수과정을 생략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 박씨는 “이런 상황을 목격하며 정보 비대칭 해소는 단순히 가격비교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품가격과 공임비 등 정비에 들어가는 실질적인 비용 등을 모두 공개하고 정비에 따르는 책임 등의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을 강조하는 O2O 업체들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이 기존 업계의 반감을 사기도 한다. 서울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바가지 타파’ 등의 문구를 사용한 O2O 수리비 비교서비스에 대해 반감을 표시했다. 그는 “O2O 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이 양심적이고 성심껏 정비에 임하는 일선의 정비소들을 ‘사기꾼’으로 몰아간다”며 “몇차례 제휴 제의가 왔지만 괘씸하다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O2O 서비스가 업계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없이 마케팅 일변도로 흐르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고객과 관련업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전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이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