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미래 금융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본인인증수단으로 개선했고 다른 카드사들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카드발급 과정 등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은 편의성과 보안성이 강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카드사는 중간거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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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일종의 ‘공공거래장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고객의 거래정보를 중앙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고객의 거래장부는 하나의 시스템에서만 등록됐다.
이를테면 A씨가 1만원짜리 물품을 카드로 거래했다고 가정하자. 카드사는 결제카드 소유주가 A씨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카드정보(a)는 물론 A씨가 카드발급 시 카드사에 제공한 나이(b)·집주소(c) 등의 개인정보가 카드사의 중앙시스템으로 넘어간다. 카드사는 이 정보를 조합해 A씨를 확인하고 카드거래를 승인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A씨의 a, b ,c 등 무수한 정보들이 수십~수백대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다. 중앙시스템이 아닌 분산시스템으로 거래 확인이 이뤄지는 셈이다. A씨가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보유한 여러 컴퓨터는 동시에 작동하고 A씨의 각종 정보를 조합한다. 조합된 정보가 제대로 매칭이 돼야만 카드거래 승인이 떨어진다. 기존 한대의 컴퓨터만 해킹하면 고객의 모든 정보를 탈취할 수 있었던 해커는 이 시스템에선 여러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해야 한다.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해 보안성이 높다.


◆공인인증서 대체… ‘편의+보안’ 본인인증서비스

카드사가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현재 가장 활발한 부문은 앱카드 결제 시 거쳐야 하는 본인인증서비스다. 기존의 ID·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의 절차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간편인증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재발급 받아야 하는 공인인증서를 대체해 고객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롯데카드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지문인증서비스’를 롯데카드 애플리케이션에 도입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롯데앱카드로 금융거래를 하려면 6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스마트롯데 앱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지만 지문인증서비스가 적용되면서 지문으로만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해졌다. 아이디·패스워드·공인인증서 관리 등의 불편함을 해소했고 보안성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KB국민카드도 연내 모바일 앱카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본인인증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KB국민카드 회원은 모바일 앱카드에 로그인하거나 30만원 이상을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가 나오면 본인확인 시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돼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서 ‘국내 지급결제’와 ‘인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비씨카드 관계자도 “아직 구체화된 건 없지만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사업 다각화’ 가능… 카드사 ‘비용 절감’ 효과

앞으로 카드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본인인증서비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카드발급 분야가 대표적이다. 현재 고객의 모든 정보를 카드사의 중앙처리시스템에 저장하고 있지만 이를 여러대의 서버에 나눠 저장한다는 것이다. 보안성을 향상시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고 카드사의 정보유출 위험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이 카드설계사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과거에는 서류에, 현재는 태블릿PC에 작성을 한다. 이럴 경우 정보유출 위험이 내재돼 있다”며 “실제 각각 다른 카드사의 카드설계사가 고객의 신청서류를 서로 맞바꾸는 사례도 발생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카드발급이 이뤄지면 카드설계사는 물론 카드사 직원도 고객의 정보를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드사의 서버를 그룹 계열사가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권에 비해 당국의 관리기준이 엄격한 금융권 서버를 다른 업권의 그룹 계열사가 이용하면 보안수준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을 현재 검토하는 건 아니지만 훗날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카드사로선 약간의 서버 이용료만 받으면 돼 상생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보편화되면 카드사로선 각종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 결제시 고객에게 발송되는 문자메시지(SMS)가 불필요해지면서다. SMS는 카드 결제 시 본인인증 확인을 마무리하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러한 SMS 발송이 필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본인인증서비스 자체가 이미 높은 보안성을 갖추고 있어서다.

SMS발송 비용은 건당 20~40원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하려 했던 카카오 알림톡의 평균 단가는 6~7원이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이마저도 필요없어지게 된다. 카드사로선 연간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오랜 화두는 ‘최저비용의 최고보안’인데 블록체인이 이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