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준비법인 직원들이 서울 중구 K뱅크 본사에서 IT시스템 통합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K뱅크

연내 출범을 예고했던 인터넷전문은행 1호 K뱅크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ICT(정보통신기술)회사가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는 은행법(은산분리법)의 통과가 무산됐고 금융당국도 본인가 발표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한도를 50%로 늘리거나,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는 특례법 4건이 발의됐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으로 국정이 멈추면서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은행법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의견,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전체회의 이후 정무위의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합의로 별도의 전체회의 일정을 잡으면 해당 법안이 논의될 수 있지만 여야가 다시 뭉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은행법 걸림돌, K뱅크 추가증자 불가피  

현행 은행법(16조2)은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KT와 카카오 같은 산업자본의 경우 10%(의결권 기준 4%)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출범을 추진했으나 은행법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결국 ICT기업은 소극적인 경영참여만 가능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 공격적인 대출과 투자비용 지출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주주의 증자가 불가피하지만 현행 은행법으론 개선이 어렵다. KT는 K뱅크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4%는 의결권이 없어서다.

게다가 지난 9월말 금융당국에 제출한 본인가 결과도 감감무소식이다. K뱅크는 KT그룹 출신 심성훈 대표를 선임하고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의 이사진을 꾸려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했다. 내부에선 전산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금융 1개 분야 6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을 통해 내부조직도 구축했으나 연내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인가 매뉴얼에 따르면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영업시설 ▲전산설비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금감원은 K뱅크의 내부통제 규율 정립 등 본인가 신청조건을 검토하는 중이며 본인가 발표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법 인가 메뉴얼에 K뱅크의 사업모델 차별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은행 출범으로 내부통합 규율 등을 기존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지 검토 중으로 심사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본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11월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한다고 밝혔지만 '12월'로 본인가 신청을 미뤘다. 일각에선 K뱅크의 본인가 신청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신청 일정을 조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뱅크의 은행업 신청에 금융당국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카카오뱅크도 준비기간을 더 길게 잡고 본인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본인가 신청 전에 업체와 논의가 오가지만 아직까지 카카오뱅크 쪽에서 본인가 신청 관련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메기 인터넷은행, 미꾸라지로 전락할까

국회의 은행법 걸림돌에 금융당국의 본인가 발표까지 밀리면서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더 악화됐다. 인터넷은행의 주력사업이던 모바일뱅킹과 중금리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은행권에선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모바일뱅크가 연이어 출시됐고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대출자의 대출상품인 중금리대출상품도 사잇돌대출, 햇살론 등의 한도가 늘고 금리도 낮아졌다. 정책금융상품으로 중금리대출의 혜택이 늘어난 상황에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매력이 얼마나 차주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미지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할만 할뿐 정작 본인은 먹고 살기 막막할 수 있다"며 "단순한 송금·결제 서비스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출범 전에 주요 사업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뱅크 관계자는 "내부에서 연내 출범을 계획했으나 당국의 인허가에 따라 출범이 미뤄질 수 있다"며 "인허가 완료 까지 경쟁력이 높은 인터넷은행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