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을 품에 안았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PCA생명 인수를 계기로 변액보험시장을 정조준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하만덕 부회장은 지난 4월 말 최현만 부회장이 증권으로 이동하면서 넘긴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에셋생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가 된 지 5년 만에 회사를 단독 경영하게 된 것. 이후 하 부회장의 지난 200여일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흘렀다. 밖으로는 PCA생명 인수·합병 작업에 집중하고 안으로는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 및 모바일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금리 장기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하 부회장은 내실 성장과 주가 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여념이 없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사진=미래에셋생명

◆IFRS17 대비 상품포트폴리오 재편
하 부회장이 미래에셋생명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품포트폴리오 재편이다.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상품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한 것. 이를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생명의 올 3분기 저축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7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0억원)의 절반 밑으로 줄었다. 올 3분기 순익이 줄어든 요인 중 하나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의 3분기 변액보험 APE는 681억원으로 전년대비 113.9% 증가했다. 보장성 APE는 47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하 부회장은 변액보험 확대 및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대표상품인 적립형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를 전속설계사채널에서 판매 중단시킨 것도 눈에 띈다. 현재 이 상품은 방카슈랑스와 온라인에서만 판매된다.


대신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글로벌 MVP(Miraeasset Variable Portfolio)펀드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MVP는 미래에셋생명의 자산관리전문가가 직접 관리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로 미래에셋생명이 구비한 100여개 변액보험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상품으로 회계상 수입보험료가 특별계정에 쌓인다. 따라서 변액보험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부담이 적다. 

◆PCA생명 인수, 업계 5위 ‘껑충’


미래에셋생명이 소형보험사 중 변액보험 강자로 알려진 PCA생명을 인수한 것도 하 부회장의 변액보험 강화전략과 맞물린다. PCA생명의 8월 말 기준 총자산은 5조3000억원으로 이 중 3조8330억원이 변액보험운용자산이다. 변액보험자산이 총자산의 72%에 달하는 셈이다.

또 8월 말 기준 총자산 27조900억원으로 생보업계 6위를 달리는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면 33조원으로 총자산이 불어나 ING생명(30조원)을 제치고 자산규모 5위로 올라선다.

이번 합병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PCA생명의 자본과 부채 적정성이 매우 우량해 미래에셋생명의 건전성 부담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인수대금을 미래에셋생명이 전액 부담해도 지급여력(RBC)비율은 278%에서 268%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실제로는 자산과 부채가 뒤섞이면서 금리위험 등이 일부 상쇄돼 RBC비율은 거의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PCA생명 인수로 변액보험 판매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어 미래에셋생명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직 추스르기’ 등 과제 남아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만덕 부회장은 PCA생명과 합병한 후 겪을 진통을 순조롭게 넘겨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합병 후 양사의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한 지붕 두 가족’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미래에셋생명은 올해에만 두차례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지난 2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59명의 직원을 떠나보냈고 지난 7월 사내공모를 통해 70여명의 직원을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동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는 두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차 희망퇴직 신청자는 약 100명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PCA생명 합병 후 조직 비대화를 우려해 선제 감원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

하 부회장이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전용 보험대리점(GA)사업은 다른 보험사와의 제휴가 원활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PC가 아닌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GA는 미래에셋생명이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분야다. 당초 6월 론칭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오픈시기가 미뤄졌다. 미래에셋생명은 “12월 중으로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은 하 부회장에게 ‘양날의 검’이다. 그룹 내 보험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전문가’ 하만덕 부회장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발탁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 하 부회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프로필

▲1960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대 불어불문과 ▲2004년 SK생명 영남지역본부장 ▲2005년 미래에셋생명 FC영업본부장(이사) ▲2011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사장(영업총괄) ▲2015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사장(관리총괄) ▲2016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