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지금 모든 국민의 심정이다. 뉴스를 바라보며 뒤통수 얼얼한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치가와 정부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출근길에서 뉴스를 보며, 비즈니스 미팅에서 그럴 듯한 제안과 마주하며 우리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과연 내 앞에서 미소 짓는 연인의 말은 진짜일까.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우리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선택한 사람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일까. 특히 끝없이 이어지는 대통령 관련 의혹부터 전망과 전혀 달랐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이르기까지 여러번 속았다는 심정이 드는 지금, 진실은 그 무엇보다 간절하다.

“조선인은 거짓말을 잘한다. 남을 속이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 400여년 전 <하멜표류기>에 언급된 대목이다. 100여년 전 도산 안창호는 <민족개조론>에서 “이 민족을 현재의 쇠퇴에서 건져 행복과 번영의 장래로 인도할까 생각하는 형제자매에게 드립니다. (중략) 첫번째, 거짓말과 속이는 행실이 없게 함이니…”라고 말했다. 300년의 시간을 넘어 지적된 한국인의 문제점. 바로 ‘거짓말’이다.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다.” 2016년 6월 일본의 한 경제잡지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물론 왜곡된 내용이었지만 OECD 사기범죄율 1위(2013년 WHO발표)는 우리의 맨얼굴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인은 한국인을 믿지 못한다.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거짓말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인의 거짓말: 지금까지 몰랐던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은 한국인이 거짓말 할 때 보이는 신호를 5년여의 긴 시간에 걸쳐 추적해 밝힌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할 때 서구권에서 흔히 소개하는 것처럼 코를 만지거나 눈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거짓말쟁이들이 많았다. 이 책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이웃들의 거짓말 반응을 수집한 사례 1038개에서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어떻게 거짓말하는지 ▲왜 거짓말을 잘하는지를 밝히고 ▲거짓말을 간파해 나를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잘못 알고 있는 거짓말 신호들, 한국인들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들, 걸려들기 쉬운 거짓말과 그 대처법, 효과적인 질문법 등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적용 가능한 거짓말 간파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예컨데 한국인의 거짓말 사례들을 살펴보면 남녀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짓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인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이 많아진다. 그에 반해 여성은 제공하는 정보 자체를 극단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한국인 여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수가 적어진다. 이러한 언어적인 단서뿐만이 아니라 몸짓과 발성 등 한국인이 거짓말을 할 때 흘리는 모든 ‘한국적’인 단서들을 망라했다.

마주한 상대방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 비즈니스 협상에서 받은 달콤한 제안이 고민될 때, 텔레비전 앞에서 연설하는 정치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 자녀가 나쁜 길로 빠진 건 아닌지 걱정될 때 등 다양한 의사 결정의 순간 이 책이 소개하는 거짓말 탐지법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기꾼 조희팔의 연설문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조작의 기술부터 명배우들이 노련하게 흉내낸 거짓말쟁이의 습성까지, 읽다 보면 추리소설처럼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형희 지음 | 청림출판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