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5 전세계친환경 자동차 판매현황'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친환경차의 판매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2015년 전세계 친환경차 판매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비 10% 늘어난 234만대에 달했다.
이 판매량 집계를 살펴보면 2013년 이후 하이브리드차(HEV) 구매가 점차 줄어들고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기차(FCEV)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BEV와 PHEV 투입모델이 증가하고 보조금이 확대되며 HEV 시대에서 한단계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시장의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는 유난히 전기차가 늘지 않는다.
◆ 친환경차 느는데 BEV는 제자리
국내시장도 친환경차 보급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대부분 HEV다. 정작 보급에 힘을 기울이는 BEV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5만3631대다. BEV와 HEV, PHEV, FCEV를 모두 합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2745대에 비해 63.8% 급증했다.
제주 성산일출봉 충전소.
하지만 대부분의 증가세는 HEV였다. 같은 기간 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8.1% 늘어난 5만544대로 전체 친환경차의 94.2%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의 비중이 높아지리라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지난해 같은 기간(91.8%)에 비해 오히려 HEV 비율이 늘어난 것.
같은 기간 정부가 대당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급에 집중한 전기차는 2896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전년동기(2586대) 대비 12.0% 늘어나는데 그쳤다. 두달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의 올해 보급목표인 ‘1만대’와는 너무나 큰 차이다.
◆ 문제는 ‘보조금 액수’ 아닌 ‘기준’
국내시장에서 이렇게 BEV의 보급이 더딘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보조금 정책이 원인이라 지목한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 정부가 마련한 ‘전기차 기준’에 부합한 모델이라면 국비 1400만원, 지자체별로 최대 9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를 지급하는 기준이다. ‘완전충전에 걸리는 시간’ 제한을 둔 것이 문제다. 현재 정부의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을 보면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1회 충전으로 상온에서 최대 120㎞ 이상 주행해야 하고 완속 충전기(7㎾h) 기준으로 완전충전에 10시간 이하가 걸려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이론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70kW에 못미쳐야 한다. 이를 넘어서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
전기차가 일상생활에서 활용성이 높아지려면 일회충전당 주행거리가 늘어나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 확대가 가장 필수적인 기술로 지목된다. 하지만 ‘완전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조금 기준을 정해놓은 탓에 전기차 기술발전과 보급이 오히려 가로막혔다.
최근 국내출시 시기를 연기한 테슬라도 이 때문에 환경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출시를 앞둔 테슬라 모델S90D의 배터리 용량은 90kWh다.
전기차 비중이 높고 기술발전이 활발한 국가들의 보조금 규정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배터리 용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일본 자동차 연구기관 ‘포인’(FOURIN)의 세계자동차조사월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배터리 용량에 따라 연방정부가 최대 7500달러의 세금우대혜택을 지원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도 배터리 용량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지급된다. 5~16kWh이면 6000~1만캐나다달러를 지급하고 16kWh를 초과할 경우 3000캐나다달러를 추가지급한다.
영국의 경우 지난 3월 개편한 제도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EV 항속거리’를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지급한다. PHEV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역시 지난 5월부터 PHEV에 3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EV에 지급하는 4000유로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은 전세계 어느국가와 비교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괴상한 규정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오히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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