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A380 이코노미석 /사진=박찬규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선호좌석 유료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소비자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그동안 무료로 이용해온 좌석을 돈을 내야 해서 불만이라는 쪽과 미리 좋은 좌석을 예약할 수 있어서 환영한다는 쪽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6일부터 국적 대형항공사(FSC)로는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편 일부좌석에 추가요금을 받는 ‘선호좌석 사전예매 서비스’를 실시한다. 일반석 항공권 구매자가 일정한 추가금액을 지급하면 이코노미 구역의 맨 앞좌석을 미리 배정하는 서비스로 지난 1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유료화 방침을 밝힌 항공기 이코노미 구역의 맨 앞좌석은 탑승객 앞 공간이 넓어 이코노미 속 프레스티지석으로 불린다. 빠르게 타고내릴 수 있는 데다 앞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 다리를 뻗을 수 있고, 앞사람이 시트를 뒤로 젖혀 불편을 겪을 일도 없다. 좁은 이코노미석에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여러모로 편리한 좌석이다.
특히 갓난아기와 동반한 가족탑승객은 배시넷(유아용침대, 최대 15kg까지 이용가능)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어 가장 선호하는 좌석으로 꼽는다. 다리가 불편한 탑승객도 이 좌석을 선호한다. 항공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교통 약자에게 해당 좌석을 우선 배정해왔다.
◆선호좌석 유료화를 바라보는 시각
아시아나항공의 선호좌석 추가요금은 구간에 따라 다르다. 편도기준 ▲일본·중국·동북아시아 2만원 ▲동남아시아 4만원 ▲서남아시아 6만원 ▲미주·유럽·시드니 10만원으로 책정했다. 단 코드쉐어(공동운항)편은 제외. 다만 내년 3월31일까지는 50% 할인 운영된다. 또 아기바구니 설치 가능 좌석 일부는 유아 동반 탑승자를 위해 현재와 동일하게 무료로 운영된다.
선호좌석 사전예매 서비스를 반대한 이들은 그동안 이코노미석 맨 앞좌석을 무료로 이용해온 데다 이미 지불한 이용요금에 여러 서비스요금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배모씨(38, 남)는 “이코노미석을 탈 땐 공항에 최대한 일찍 가서 체크인을 서두르는 편”이라며 “짐이 많아 체크인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데다 앞좌석을 차지하는 데 유리해서”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앞좌석 유료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배씨는 “같은 이코노미석인데 돈을 더 받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대형항공사라면 서비스비용까지 이미 지불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대로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은 박모씨(41, 남)는 체크인 때 앞좌석을 부탁하기 위해 공항에 일찍 방문할 필요가 없어서 새 제도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해외에선 이미 저가항공사나 대형항공사나 일부 좌석에 추가요금을 받는다”면서 “회사 정책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기 어려운 구간은 이코노미에 일부 요금을 더 내고 선호좌석을 예약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A38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수익성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
박씨의 말처럼 ‘선호좌석 사전예매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항공사들이 도입한 제도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의 해외 대형항공사도 수년전부터 비상구석, 창가석, 복도석 등을 유료로 배정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팔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항공업계에선 세계적 추세이고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지불한 금액에 따라 좌석이 차등되는 항공기야말로 철저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며 "틈새좌석은 경기침체가 만들어낸 항공업계의 새로운 탈출구"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외 대형항공사들은 이미 기종에 따라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도입할 ‘A350-900’ 기종에 ‘이코노미 플러스’석을 도입한다. 빈자리가 늘어나는 일등석을 줄이고 선호도가 높은 좌석을 늘려 탑승객을 끌어올리면서 수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9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매출액은 5조7892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0억원, 47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서울 등 LCC자회사를 통해 비수익 노선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번 선호좌석 유료화도 이런 활동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교통 약자를 위해 일부 좌석은 지금처럼 무료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행보는 이미 예견됐다”면서 “위로는 대한항공이 버티고 있고 아래로는 저비용항공사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 평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실험 성공 여부에 따라 도입계획이 없다는 대한항공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