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스톤 포텐자 RE003 /사진=브리지스톤 제공
새까만 고무로만 여기는 ‘타이어’는 그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무시당하기 일쑤인 부품이다. 차와 도로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지만 이에 관심을 갖는 운전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에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시스템’(TPMS)이 의무 적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이어는 엔진의 동력을 노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자동차가 이리저리 방향전환을 할 때도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준다. 땅에 달라붙는 정도(접지력)를 높이면 운동능력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그냥 굴러가기가 어렵다.
타이어가 굴러갈 때 저항이 커지면 더 큰 힘을 써야 구름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구름저항이 커져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어떤 특성을 높이면 상반된 특성에 손해를 보는 ‘트레이드-오프’ 현상을 줄이는 게 요즘 타이어업계의 핵심과제다.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을까. 최근 몇년 간 신소재와 트레드 패턴 개발에 집중해온 업체들은 점차 트레이드-오프 간극을 줄이기 시작했다. 단지 고무 덩어리로만 인식되는 타이어가 사실은 첨단 고분자물질의 복합체로 거듭난 것. 기존 소재를 대체할 최신 소재 경쟁과 함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운데 실란트타이어, 오른쪽 저공명음 타이어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주행소음 줄이고, 펑크나도 달리고
타이어가 땅에 닿는 부분(트레드)엔 독특한 모양의 홈이 있다.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특성에 맞춰 최대한 접지력을 유지하고 노면의 물 등을 빠르게 빼내는 역할을 맡는다.
트레드 디자인에 따라 주행 시 소음이 달라지지만 노면의 소재나 상태에 따라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를 만나기도 한다. 아스팔트 위에선 조용하더라도 콘크리트 도로에선 유난히 시끄러운 타이어가 있다.
특히 윙윙거리는 공명음은 피곤을 유발하는 요소다. 타이어와 휠 사이가 비어있어서 마찰음이 타이어 안에서 울리고 그 소리가 탑승자 귀에 들린다. 이런 점에 착안,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를 넣어 공명음을 줄인 저소음타이어도 출시됐다.
한국타이어 i Flex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경제성과 편의성에 주력한 제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펑크가 나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한 차는 템포러리 타이어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런플랫 타이어는 타이어 사이드월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공기압이 낮아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 초창기 런플랫 타이어는 철제 구조물이 들어가서 무겁고 운동성능이 떨어졌지만 최신 제품은 가볍고 탄성 좋은 강화고무가 역할을 대신한다.
바람을 넣지 않아도 되는 비공기압식 유니소재 타이어도 주목할 만하다. 펑크가 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군사용으로 개발됐지만 요샌 친환경 타이어로 관심을 끈다. 1가지 소재로 만들어지는 탓에 재활용이 쉽다. 우리나라에선 정부과제에 참여한 한국타이어가 여러 연구기관과 함께 개발했고 해외기업 중에서는 브리지스톤이 이미 개발했다.
엑스타 PS91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고속주행하려면 형태 유지가 관건
빠른 속도로 달리면 원심력 때문에 타이어 가운데가 볼록하게 부풀어오른다. 결국 땅에 닿는 면적이 줄어드는 셈이다.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벨트 강성을 높이는 등 타이어 내부 구조물에 신경 썼다. 초고성능 제품군에 속하는 타이어는 대체로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려도 형태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벨트 소재를 바꾼 대표 사례는 미쉐린의 파일럿 슈퍼스포츠(PSS)다. ‘트와론’이라는 특허 받은 소재를 벨트에 적용했다. 고속주행이 많은 슈퍼카에 어울리는 타이어를 목적으로 개발했다.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일반인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바뀌는 요즘 슈퍼카의 개발방향과 일맥 상통한다.
금호타이어도 직조방법과 일부 소재를 개선해 벨트의 강성을 높인 PS91 제품이 있다. 패턴을 단순화하고 고강성 벨트와 보강재를 적용해 트레드 강성을 높였다.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사진=미쉐린 제공
◆친환경이 대세… 트레이드-오프 극복하려면
소재도 다양화됐다. 천연고무와 함께 합성고무와 실리카를 섞는 건 보편화된 방법이다. 실리카를 쓰면 타이어의 구름저항을 줄이면서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소재의 변경으로 ‘트레이드-오프’를 극복한 예다.
소재업계도 첨단 합성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내마모성을 높여 타이어 수명을 높이면 폐타이어를 줄일 수 있어서 친환경적이고, 소재 자체 무게를 가볍게 함으로써 자동차 연료효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화학회사가 큰 관심을 갖는 지역이다. 4계절이 뚜렷하고 세계 5대 자동차제조사인 현대·기아차가 있는 데다 한국·금호·넥센 등 굵직한 타이어회사도 있어서다. 제품 연구개발을 하기에 매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유럽지향적 성향 덕에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은 한국에서 통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런 이유로 업체들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