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세편의 공연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연극이다.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 등 각각의 고전과 신화를 각색해 독립된 이야기로 공연한다. 각 공연마다 시간 순서가 있지만 관람 순서는 공연 관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한편만 관람해도 공연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제1차 세계대전이 아니었다면 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전쟁을 ‘고기분쇄기’ 또는 ‘20세기의 근원적 대재앙’이라고 불렀다. 전쟁은 전쟁을 당긴다. 1차 세계대전에 죽은 사람만 1000만명이 넘는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은 그 1000만명 중 하나거나 1000만명과 함께 죽은 사람이다.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전쟁에서는 진실이 첫번째 제물”이라고 말했다. 그들과 함께 진실도 사라졌다. 전쟁이 삶을 집어삼키게 될 순간, 지금껏 미던 세계가 사라지게 될 순간 1000만개의 삶, 1000만개의 생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2017년 2월19일까지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