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심해지면서 취업에 실패한 청년세대와 일찍 은퇴한 중장년층이 창업시장으로 내몰린다. 어떤 전공을 택하든 결국에는 치킨집을 차리게 된다는 이른바 ‘기승전치킨집’ 이야기는 헬조선의 현실을 반영한 웃픈 농담이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창업자 비율이 가장 높고 그중에서도 외식업 창업자가 가장 많다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일 손님이 몰리는 음식점은 대체 어떤 비결을 가진 것일까.

손 대는 식당마다 성공으로 이끌어 일본 미디어에서 ‘음식문화의 배후조종자’로 불리는 우지케 슈타는 저서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를 통해 ‘심리학’을 강조한다. 음식의 맛이나 경영이론보다 고객의 심리를 읽는 감각이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심리를 이용하면 재방문은 물론 메뉴 선택까지도 식당의 계획대로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농담처럼 고객을 식당의 노예로 만드는 일이 가능한 셈이다.



이 책의 주장은 그간 알려진 상식과 많이 다르다. 식당에는 팔리지 않는 메뉴가 필요하고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야 하며 고객의 오른쪽에서 서빙하는 게 좋다는 등 흥미진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들을 심리학 이론과 다양한 분석 자료, 저자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다.
예컨대 “이 제품은 살짝 금이 가서 싸게 내놨습니다”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요소를 언급하면 듣는 사람은 거꾸로 신뢰감을 느낀다. 구매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만 넣은 정보는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글씨를 읽을 때 시선을 ‘Z’자 형태로 움직이며 주어진 정보가 자신에게 필요한지 여부를 0.3초 만에 판단한다. 따라서 많이 팔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메뉴판의 왼쪽 위에서 서너 번째 줄로 옮겨 적는 게 좋다. 이외에도 사소하면서도 강력하고 실제 경영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현실적인 정보가 가득하다.

1장은 잘되는 음식점들이 ‘어떻게 고객 심리를 이용하는지’를, 2장은 식당이 계획한 대로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메뉴 구성 비결’을 다루고, 3장에서는 최단시간에 고객을 사로잡는 비결을 소개한다. 4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서비스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장에서는 좋은 식당과 아쉬운 식당의 사소한 차이점을 설명했다. 각 장의 끝부분 칼럼에는 앉은 자리나 행동, 말버릇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 돈을 잘 버는 사람의 식사습관 등 식당 경영자는 물론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내용을 담았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지금 ‘정해진 이론대로’, ‘남들 하는 대로’ 해서는 절대 앞서나갈 수 없다.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비법을 담은 이 책은 장사 감각을 키우고 성공을 거머쥐는 데 크나큰 무기가 될 것이다.


우지케 슈타 지음 | 전경아 옮김 | 라이스메이커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