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난 9월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사랑별곡' 배우 손숙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손숙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화계 원로인 연극배우 손숙씨는 오늘(28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이날 손숙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조선시대에도 없을 일”이라며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9000여명의 명단 가운데는 손숙 역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숙은 “처음에는 일베나 이런 쪽에서 만든 거라 생각을 했다. 9000명이라고 하니까 문화계 사람들을 다 적으로 만들려고 하나, 그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체가 확인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손숙은 갈수록 블랙리스트 존재의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지는 데 대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지금 이 시대에. 정말 다들 미쳤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나라가 이렇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숙은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다. 이게 나라인가. 우리는 뭘하고 살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착잡했다”며 거듭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는 데 대해서는, “그 때 방송을 하느라 누가 도와달라 해도 거절했다… 명단 올라갈 줄 알았으면 도와드릴 걸 그랬다”고 말했다.


손숙은 거듭 “리스트를 만들어가지고 어떤 불이익을 주려고 생각을 했다, 이건 무슨 조선시대나 유신때도 이런 일이 있었느냐”며 정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숙은 실제 박근혜정부 집권 기간 동안 문화계에서 있었던 일을 증언하기도 했다. 손숙은 “연희당 거리패 이윤택 선생이 굉장히 연극을 열심히 하고 전혀 정치적인 분이 아니다. 그분이 문재인 후보랑 고등학교 동창인가 그런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 하도 부탁을 하니까 잠깐 지지연설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4년 동안 지원이 다 끊겼다”고 주장했다.

손숙은 이같은 정황을 설명하면서 “당연히 받아야 될 지원금을, 돈 가지고 예술인들을 길들이려고 했다는 건 정말 말이 안된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국립극단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가 한 달만에 물러나게 된 일도 전했다. 손숙은 “처음에 한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더라. 한 달인가 지나 죄송하다며 연락이 왔다. 아마 위에서 잘린 모양”이라고 추정했다. 손숙은 비슷한 일이 한두번 더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문화계 인사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손숙은 “터무니없는 그런 일들이 좀 있었다. 무슨 예술단체에 누가 갔다. 그런데 정말 터무니없는…”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문화계 인사가 정권 초기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손숙은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지원금 문제를 겪은 사실도 전했다. 손숙은 “지원금이 없다, 또 누가 그런 식으로 일을 못하게 한다, 계속 이런 얘기가 들리더라”면서, “그 젊은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손숙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같은 일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굉장히 유신시대 분이다. (문화를 정권 유지의 도구라 삼는) 그런 생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손숙은 김기춘 실장이 청문회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걸 보고 “만나면 당신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어떻게, 어느 시대 정치를 하려고 생각을 했냐고”라며 김 전 실장을 비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일부를 확보해 문체부에 대한 수색을 실시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모창민 전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