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를 뜨겁게 달굴 신차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4일 공개된 쌍용 코란도C와 기아 모닝을 필두로 올 상반기에만 11종 이상의 신차가 쏟아진다. 하반기는 기대를 모은 제네시스 G70과 르노 클리오 등 마니아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차종이 출격을 기다린다.

지난해 자동차업계는 개별소비세 인하혜택 종료,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쳤고 그 결과 전년 대비 판매량이 7.4%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SUV와 경차는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톱10'에 6종이나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였다. 각사 판매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차지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반드시 공들여야 하는 주요 세그먼트로 꼽힌다.


(위쪽부터)기아 니로, 현대 크레타. /사진제공=각 사

◆세단 자리 꿰찬 SUV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업계 통계에 따르면 SUV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나홀로 폭풍성장 중이다. 2012년 약 17%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약 25%까지 치솟았고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높은 성장세는 SUV의 성격이 변한 덕분이다. 예전엔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마초적 본능을 일깨웠다. 험로를 다닐 목적으로 SUV를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주된 구매요소로 꼽혔다. 요즘엔 실용성과 경제성, 안전성이 우선이고 스타일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험로주행성능은 그 다음이다.

유가가 치솟던 시절 디젤차에 관심이 쏠렸고 이런저런 용도로 쓸 수 있어 주가를 높였다. 그동안 다목적용으로 인식된 세단 대신 SUV 수요가 늘면서 ‘편안함’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거셌다.

특히 작고 튼튼하면서 효율이 좋은 소형SUV가 등장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2011년 11만대 규모였던 시장이 2013년부터 급성장해 2015년 5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판매량은 55만대에 육박했다. 그간 소외된 국내 소형차시장의 새로운 탈출구로 꼽히는 이유다.


결국 업체들이 소비자요구에 맞춰 고급화전략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실용성과 안전성은 물론 매력적인 가격까지 더해지자 소비자가 지갑을 활짝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SUV로 승부수

올해 출시될 주요 SUV는 국산 4종과 수입 4종이다. 지난 4일엔 쌍용차가 5세대 코란도C를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외관디자인은 강인하게 다듬고 실내는 세련미를 더한 데다 다양한 안전·편의품목을 탑재해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 올해 국내외에 2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며 경쟁모델은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다.

현대차도 상반기 중소형SUV(프로젝트명 OS)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OS는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차종이다. 기존 인도와 러시아, 중국 등 신흥시장에 팔던 크레타(ix25)를 기반으로 국내시장 트렌드에 맞춰 상품성을 높여 내놓을 예정이다. 외관디자인은 최근 출시된 현대차에 적용된 캐스캐이딩그릴이 핵심이며 ‘고급스러움’을 차별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모델인 ‘니로’를 소형SUV시장에 투입하며 재미를 봤다. 당초 목표였던 쌍용 티볼리의 수요를 끌어오는 데는 실패했지만 하이브리드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이에 신형 프라이드를 내놓으며 지상고를 높인 SUV버전(크로스오버)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가 내놓을 신차와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도 라인업을 늘릴 수 있는 묘책이라는 평이다.

기아 모하비가 독점하다시피 한 대형SUV시장도 흥미를 더한다. 쌍용차는 오는 4월 2017서울모터쇼에서 프리미엄 대형SUV(프로젝트명 Y400)를 공개하고 5월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 SUV라인업 플래그십인 만큼 업계 안팎에선 기대가 크다. 디자인은 2016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LIV-2를 바탕으로 양산형으로 다듬는다. 현재 쌍용차 SUV의 플래그십인 렉스턴의 단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탓에 새로운 모델의 이름을 두고 고민이 큰 상황이다.

수입차업계도 쟁쟁한 SUV라인업을 내놓는다. 강렬한 디자인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푸조 3008과 혼다 CR-V, 지프 컴패스가 중소형시장에서 경쟁하며 볼보는 S90 크로스컨트리를 선보여 90 시리즈를 완성한다.


(위쪽부터)푸조 신형 3008, 기아 KED-8, 쌍용 LIV2. /사진제공=각 사

◆틈새시장도 주목
기아차는 상반기 중 쿠페형 스포츠카 K8(가칭, 프로젝트명 CK)을 출시할 계획이다. 긴 보닛과 유려하게 뒤로 흐르는 지붕의 선이 쿠페의 역동성을 표현하며 ‘후륜구동방식 4도어 스포츠 쿠페’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산차 중 유일한 중형 후륜구동세단으로 기대감을 모은 제네시스 G70은 수입중형차에 도전장을 내민다. 경쟁모델로 지목한 건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이다.

QM3·QM6·SM6의 잇따른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르노삼성은 소형해치백 클리오를 내놓고 인기몰이에 나선다. 효율이 높은 디젤모델부터 고성능버전인 RS도 들여온다.

한국지엠은 순수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에 기대를 건다. 한번 충전으로 383.17㎞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시장의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은 SUV와 경차 중심으로 신차경쟁이 벌어지며 그 틈새를 노린 개성파 차종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그만큼 자동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의 선택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잠시 주춤한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