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준희 서기관. 사진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3일 오후 조사를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정준희 서기관이 김종 전 차관의 압력에도 불합리한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간지 동아일보는 오늘(10일) 문체부 소속 정준희 서기관의 이같은 행적을 취재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준희 서기관은 김종 전 차관이 인사 불이익을 거론하면서까지 지시이행을 압박했으나, 이를 끝내 거부한 소신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검찰, 특검, 문체부 관계자 증언 등을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체육진흥과 소속 정 서기관은 김 전 차관한테서 “K-스포츠클럽 운영에 문제가 있으니 이 클럽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보도는 김 전 차관의 이같은 지시가, 최순실씨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던 K스포츠재단에 K스포츠클럽 운영권을 넘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13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K스포츠재단에서 관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 서기관은 “컨트롤타워가 새로 생기면 사업 전체가 특정 민간단체에 넘어가게 된다”며 김 전 차관의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는 김 전 차관이 정 서기관을 여러 차례 불러 지시이행을 강요하고, “문체부를 나가라”며 고함을 치는 등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정 서기관은 동아일보에 “당시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가 오고, 원형탈모 증상까지 생기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이후에도 방법을 바꿔 K스포츠클럽 사업에 K스포츠재단을 끼워넣을 계획을 세웠지만, 정 서기관이 역시 거부했다. 이같은 저항 때문인지 정 서기관은 검찰이 압수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는 김 전 차관이 검찰 수사에서 “돌이켜 보면 정 서기관이 반대해 준 게 정말 고맙다. 우리 계획이 그대로 됐다면 나는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보도는 마지막으로 정 서기관과의 통화내용을 소개했다. 정 서기관은 “소극적으로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방어한 것뿐이다”고만 답했다. 1985년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정 서기관은 1990년부터 문체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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