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25일 러시아에서 시리아로 향하던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례프(Tu)-154 항공기가 흑해 상공에서 추락해 많은 사람이 숨졌다.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러시아 당국은 테러보다는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의 실수를 유력한 사고원인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주장이 있다. 러시아 한 언론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철새 서식지가 있다”며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을 제기했다.
◆ ‘버드 스트라이크’ 생각보다 많아
지난해 1월9일 김포공항에서 이륙한 제주행 진에어 항공기 LJ303편은 엔진에 조류가 빨려들어가며 김포공항으로 긴급회항했다. 이처럼 항공기의 이착륙 및 순항 중 조류가 항공기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치는 현상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라고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빈번히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버드 스트라이크는 1만 회당 평균 2건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버드스트라이크 사고 건수는 1036건에 달한다.
1036건 중 다행히 인명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지만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속 960km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1.8kg의 새가 부딪힐 경우 64톤 무게의 충격이 발생한다. 이 정도 충격이 항공기에 가해지면 기체가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탑승객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또 조류가 엔진에 들어가면 엔진블레이드 손상은 물론 엔진이 송두리째 불타버릴 수도 있다. 1036건의 사고를 종류별로 구분해보면 엔진에서 발생한 사고가 28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날개충돌(188건), 레이돔(위성수진 부품)충돌(141건), 조종석 전면유리충돌(124건) 순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낮은 속도의 비행 중 작은 새가 부딪히면 조종사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엔진부분에 충돌하는 경우 ‘준사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추락사고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버드스트라이크 피해사례. /제공=국토교통부
◆ 버드스트라이크 막기위한 노력
국토부는 각 공항에서 항공기의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해 공항운영자로 하여금 공항별로 조류퇴치 전담인원 및 장비를 상시 확보·배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서 운항할 때보다 공항에 인접한 구역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항구역을 중심으로 인력이 직접 관리한다”고 말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 방법은 기본적으로 총포나 음향장치 등을 이용한다. 소리나 불꽃 등을 통해 활주로의 새를 쫓아내거나 인력이 나서서 포획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공항 주변에 새들의 서식을 방지하기 위해 계절에 따라 수풀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출몰하는 조류의 종류에 따라 반사테이프 등으로 조류의 시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 등을 운영해 실시간으로 위험경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 전투기 훈련장에서는 한 매 조련사가 조련한 매들을 이용해 조종사들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항공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고려해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다. 조류가 주로 부딪히는 부분에 강한 소재를 적용하고 엔진에 조류나 이물질이 들어갈 경우 주요 부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자연스레 배출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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