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의 성지’ 동대문이 위기다. 성장을 거듭해 온 동대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암초를 만난 것. 중국과의 갈등은 도·소매 구분 없이 타격을 입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오로지 사드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머니S>가 동대문상권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동대문상권이 더블 악재로 시름에 빠졌다. 패션과 쇼핑, 관광클러스터로서 무한 잠재력을 뽐내던 동대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관광객이 감소하던 차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까지 겹치며 상권 형성 이후 최대위기에 직면한 것. 지대식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을 만나 현재의 동대문 상황과 대안 등을 들어봤다.

◆사드와 전안법, 도매상권에 직격타

“지금 인터뷰 중이니 잠시 후에 전화드릴게요.” 

기자와 인터뷰하는 내내 지 국장의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다. 최근 전안법 개정안 공문 준비로 어느 때보다도 바쁘다는 지 국장은 연신 울려대는 전화에 진땀을 뺐다. 마치 지금의 동대문 상황을 말해주는 듯했다. 

“완전히 아사 직전입니다.” 지 국장은 현재의 동대문 상황에 ‘아사’라는 표현을 썼다. 굶어 죽기 일보직전이라는 것. 그만큼 현재의 동대문 상황은 절박하다.

“동대문상권의 연간 매출이 15조원이라고 봤을 때 소매로 발생하는 비중은 1조원 수준입니다. 나머지 14조원은 도매상권에서 발생할 정도로 비중 자체가 다릅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관광객(유커)이 줄어 당장 소매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의 무역보복조치로 중국 상인의 방문이 줄면서 도매상권이 직격타를 받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또한 지 국장은 전안법 관련 문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법이 동대문상권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전안법은 지난해 1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으로 분리된 법을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으로 1년간 준비·유예기간을 뒀다가 지난달 28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앞으로는 의류나 잡화 등 생활용품도 전기용품과 같은 법을 적용받게 돼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법안의 내용이다. 원단이 아닌 제조부문만 전안법 대상에 포함된 것. 즉 KC인증 책임이 원단공급자가 아닌 의류제조업자, 즉 상인에 전가된 것이다. 

전안법 개정을 위해 동대문 상인들이 싸인한 서명부를 들고 있는 지대식 사무국장. /사진=김정훈 기자

“전안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든 판매상품에 KC인증 마크를 받으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인증을 원단공급자가 아닌 원단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상인들이 직접 받아야 한다는 점이죠. 전안법은 원단공급자가 KC인증 시험성적서를 보유할 경우 의류제조업자가 또다시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단공급자는 KC인증이 관심 밖입니다. 비용도 들고 시간도 소요되는 KC인증을 굳이 받지 않아도 원단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단을 공급받는 상인들보다 원단공급자가 미리 인증을 받은 원단을 공급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인 절차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동대문에서 경기가 좋을 때는 원단공급자를 귀족, 일반상인을 평민이라고 부를 만큼 두 분야의 격차가 크다. 특히 동대문 상인의 90%는 대부분 원단을 받아 가공 없이 봉제만 해 판매하는 상황이라 제조업자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지 국장은 현재 전안법 개정을 위해 동대문 상인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 정식으로 전안법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준비 중인 것. 이미 동대문 상인 수천명의 서명도 받았다. 그는 전안법을 가다듬는 방안을 협의해 이달 안에 정식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측에 보낼 계획이다.
◆‘중국바라기’ 그만… 수출 다변화 ‘필수’

동대문 상권은 전안법 문제만큼이나 사드 여파로도 시름 중이다.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것. 지 국장은 동대문상권이 다양한 수출국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대문상권의 잘못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겪었지만 ‘왜 우리가 수출선을 중국에 치중했을까’입니다. 물론 미국이나 남미, 유럽 등의 경우 물류비용이 높아 엄두를 못 낸 측면이 있지만 무리해서라도 수출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지금 중국이 통관을 지연시키고 수수료를 높이는 등 무역보복을 취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중국만 바라보다 낭패를 보는 것이죠.”

실제로 동대문 도매상권 매출의 50% 이상은 중국수출을 통해 이뤄진다. 당장 중국 상인들의 발길이 끊어지면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 수출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남미나 미주지역에서도 동대문제품의 수요가 엄청납니다. 싸고 품질이 좋다는 걸 아는 거죠. 하지만 물류비용 문제로 상인들이 수출을 꺼리다 보니 저급 중국제품으로 그들의 수요가 대체되는 실정입니다. 물론 당장 상인들에게 수출을 다른 국가로 확대하라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실질적인 논의를 거치고 정부나 서울시 측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겠죠.”

동대문은 국내 의류시장 매출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국내 전체시장 중 동대문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창출하는 매출이 꽤 큰 편이다. 물론 이 성과는 동대문에 하나둘 모여든 소상공인들이 이뤄낸 땀의 결실이다. 

“동대문 상인들이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이나 수출지원센터 건립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