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476호에서는 두번째로 ‘생존권 흔드는 노인정책’을 다룬다. 노인정책의 실태를 점검하고 노후빈곤이 일어나는 원인을 짚어봤다. 배고픈 노인, 집 없는 노인, 아픈 노인의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정부와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또 노인정책이 부족한 현실에도 어려운 이들을 향해 손길을 내미는 민간활동의 현황과 필요성도 알아봤다.<편집자주>
‘뜨거운 감자’인 노인 기준연령 상향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노인기준 재정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노인기준 상향문제가 꾸준히 거론됐지만 실질적인 정책 논의는 미진했다. 하지만 2015년 전국 30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한노인회가 기존 입장을 깨고 70세 상향안에 찬성하면서 정부의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쉽사리 정책안을 확정짓지 못한 이유는 시행에 따른 사회적 여파가 생각보다 커서다. 연령기준이 상향되면 복지당사자가 느끼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것만큼 정년 역시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소득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각종 노인복지혜택 등 제도적 틀 자체도 전면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2017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노인 기준연령 상향문제는 과연 어떤 식으로 매듭을 풀어야 할까.
◆노인연령? 단순 숫자놀음… 허점 우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의 기준이 65세냐 70세냐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숫자놀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연령별 정책이 아동에게는 적용하기 쉽지만 노인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주 이유로 꼽았다.
“아동별 정책은 정책마련과 실천이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 일정연령까지 보육을 받으며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에 다녀요. 각각 연령별로 구체적인 행동범위가 드러나는 편이죠. 하지만 노인은 다릅니다. 연령별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요. 단순히 나이별로 지원받는 정책은 숫자놀음에 불과합니다. 장기적으로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김정훈 기자
이를테면 60세에 정년퇴직한 직장인이 집에서 놀고 있다면 그는 노인일까? 적어도 법적 기준상 그는 65세가 아니기 때문에 노인이 아니다. 노인기준의 허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퇴직했지만 65세가 되지 않은 연령층은 노인이 아니다. 그저 ‘나이든 사람’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는 법적 복지혜택에서 제외된다.
김 교수는 만약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실시된다면 한번에 70세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진적인 기준연령 상향은 사회에 쇼크를 줄 수 있다는 것.
“당장 70세로 노인기준을 높이면 연금 지급이나 여러 복지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계층의 반발이 심해질 겁니다. 65세를 앞둔 노인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요. 노인복지 인프라가 부실한 우리 실정에는 점진적인 연령 상향정책이 필요합니다. 복지선진국인 유럽 사례를 봐도 점진적인 연령 상향을 통해 완충효과를 봤습니다. 노인의 기준을 60세, 62세, 65세, 67세 이런식으로 올리는 거죠. 나이를 올리는 기간은 10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2년에 한살씩 올리면 우리 사회가 연령 기준 변화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노케어’ 노인복지 대안될까
인터뷰 내내 김 교수는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사회구조적인 시스템 대안이 절실하다는 것. 그 대안책은 노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일자리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독일은 오는 2029년까지 노인 기준연령을 점진적으로 67세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이처럼 높은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사회복지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이죠. 독일은 67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인프라의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평균 정년이 50~60세입니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힘듭니다. 일할 수 있다 해도 경비원, 주유원 등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웃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노인을 위한 일자리 확산에 힘썼다. 특히 단카이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일본은 지역관광지 위주의 공익형, 교육형 일자리를 꾸준히 늘리면서 그들이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기반을 마련해줬다.
“물론 일본도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오랜시간 공을 들였습니다. 1~2년 정도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죠. 정부는 70세로 노인 기준연령을 올리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국가 도움없이 스스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노인들의 자립활동 지원측면에서 ‘노노케어’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노노케어란 노인이 직접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의 국가들은 노노케어를 도입해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로 활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노노돌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노노케어가 시행된다. 물론 아직 가사지원이나 말벗 등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보다 전문화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노인빈곤과 고립 등을 해소할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주위에는 65세 이상이지만 건강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무조건 ‘노인’이라는 틀에 가두고 ‘지원대상’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분들의 도움을 통해 다른 노인들이 도움을 받는다면 돈과 보람, 명예 모두를 챙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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